[취재노트] 광주, AI 보안·NPU 신뢰성 수도로 도약해야
[뉴스웍스=우수한 기자] 전남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가 사실상 확정됐고, 광주는 차세대 국가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 컴퓨팅센터 유치를 추진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AI 산업의 주력 인프라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을 유지하면서도, NPU와 신뢰성 검증 영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광주는 'AI 보안·신뢰성 중심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GPU는 여전히 대규모 AI 학습과 연산을 주도하는 핵심 인프라다. 하지만 전력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NPU는 저전력·고효율·엣지 환경에 특화돼 있어, AI 반도체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 역시 NPU 실증 및 산업화 거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광주시가 국가 NPU 컴퓨팅센터 유치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정책 흐름에 부합한다.
전남과 광주는 경쟁이 아닌 역할 분담의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전남이 GPU 중심의 AI 연산 엔진을 맡고, 광주는 NPU 기반의 효율적 연산과 AI 보안·신뢰성 검증 기능을 수행한다면 두 지역은 'AI 연산-검증' 이원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 이 구조는 AI 산업의 지역균형 발전뿐 아니라 국가 AI 기술의 안정성을 높이는 현실적 해법이 된다.
AI의 폭발적 확산과 함께 모델의 환각(hallucination), 데이터 유출, 편향, 프롬프트 인젝션 등 신뢰성 문제가 산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AI 보안과 검증 기능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NIST를 중심으로 'AI 리스크 매니지먼트 프레임워크'를 운영하고, 유럽연합은 'AI Act'를 통해 위험기반 분류체계를 제정했다. 한국 정부 또한 "AI 신뢰성 검증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지만, 현재는 수도권 중심으로 논의가 집중돼 있다.
이때 광주가 선제적으로 'AI 보안·안전성(Assurance) 도시'를 표방하고, 전남의 연산 인프라와 협력해 신뢰성 검증 허브를 구축한다면 두 지역은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는 전국 첫 AI 상생 모델을 완성할 수 있다.
광주는 AI 보안·신뢰성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기초 인프라를 이미 갖췄다. 국가 AI데이터센터, AI 사관학교, AI 융합대학, 77종의 실증장비가 가동 중이며 AI·반도체 분야 협력 기업은 총 320곳으로 늘어났다. 이 인프라는 AI를 직접 개발하는 도시가 아니라, AI를 안전하게 운용하고 검증하는 도시로 발전하기에 충분한 기반이다.
또한 광주는 보안·규제 기관과의 근접성이 강점이다. 나주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본사가 있고,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공사, 한전KDN, 전력거래소 등 에너지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다. 이들 기관과 연계하면 AI 보안, 전력·산단·스마트시티 보안 실증이 용이하다.
교통 접근성과 생활 환경 역시 모두 우수하다. SRT로 서울 수서까지 약 1시간 50분, 김포·제주를 연결하는 광주공항, 고속버스·KTX 등 교통망이 촘촘하다. 생활형 R&D 도시로서 연구 인력이 실제로 거주하며 일하기 좋은 여건을 갖췄다.
이제는 인프라를 넘어, 기술과 역할의 방향성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광주시가 추진 중인 NPU 컴퓨팅센터는 GPU 기반 인프라를 보완하면서, 향후 보안·신뢰성 검증 기능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AI 모델이 전남의 GPU 환경에서 학습된 뒤 광주의 NPU 환경에서 보안성·효율성·신뢰성 검증을 수행하는 협력체계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광주는 자연스럽게 'AI 신뢰성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AI 보안과 검증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산업의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기능이다. AI 산업의 경쟁력은 산업 기반과 인재 양성이 함께 돌아갈 때 완성된다. 광주는 자동차, 의료, 에너지 등 주요 산업 전반에 AI 적용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빛그린산단과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자율주행차와 스마트공장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며 차량 보안 분야로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남대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은 의료영상 분석 등 의료 AI 연구를 확대하고, 신뢰성 검증 체계 구축을 준비 중이다. 나주 혁신도시권은 한전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스마트그리드·전력 예지보전 관련 AI 보안 실증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산업과 데이터 인프라가 함께 집적된 도시는 국내에서도 손꼽힌다.
또한 GIST, 전남대, 조선대가 AI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하고 있다. AI 보안·신뢰성 전공 트랙을 신설하고, 산업 현장과 연계한 Co-op 인턴십을 도입하면 AI 반도체·보안 전문인력을 동시에 육성할 수 있다. 이 인재들이 광주의 산업 기반과 연결되면 수도권 편중 인력 구조를 자연스럽게 분산시킬 수 있다.
광주의 다음 단계는 수도권 AI 보안 전문기업의 분점 또는 R&D센터 유치다. 현재 수도권에는 XDR(통합위협탐지), OT/ICS 보안, 클라우드 보안 등 다양한 전문기업이 밀집해 있다. 이들 기업이 광주에 연구본부를 설치하고 지역 대학과 공동 프로젝트·인턴십을 운영하면 산업-인재-기술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광주시는 입주기업에 NPU 연산 지원, 테스트베드 제공, 인턴 매칭 등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유치를 가속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광주는 단순한 분점 도시가 아니라 AI 보안·검증 기술의 주무대로 성장할 수 있다.
호남권이 이런 구조를 선도적으로 완성하면 수도권 중심의 AI 산업 구조를 균형 있게 재편할 수 있다. 전남이 엔진을 만들고, 광주가 안전장치를 설계하는 형태의 분업 모델이 국가 AI 경쟁력 강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연산 속도가 아니라 신뢰의 속도에 달려 있다. 광주는 이제 'AI를 얼마나 빨리 만드는가'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만들고 운용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NPU 기반 AI 보안·신뢰성 생태계는 광주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길이다.
전남이 GPU로 국가 AI 산업의 엔진을 만든다면 광주는 그 엔진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그것이 곧 'AI 신뢰성 수도 광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