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호남을 말하다] 광주 고용률 최하위 '진짜 이유'는 시작할 일자리 부재
광주는 지금 '청년이 떠나는 도시'라는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역에 정착하지 못한 채 수도권이나 타 지역으로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지역이 청년에게 미래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은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 수치로도 그 위기는 명확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광주의 청년(15~34세) 고용률은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해왔으며, 지난해에는 '광주 청년 고용률 10년째 전국 최하위'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광주광역시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광주를 떠난 인구는 7962명, 그중 73.6%가 청년 세대였다. 이 수치는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라, 지역이 청년에게 '기회의 도시'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경고음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광주는 '국가 AI컴퓨팅센터' 유치전에서 해남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단순히 한 사업의 실패로만 볼 수 없다. 광주가 미래 산업 변화에 얼마나 대응하고 있는가, 청년이 일할 산업 생태계를 제대로 갖추었는가를 묻는 신호이며, 첨단산업 기반이 약한 도시에서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문제의 본질은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청년이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의 부재다. 수치상 일자리 수는 늘었지만, 대부분 경력직 중심의 구조로 고착되어 있으며, 채용 공고마다 '경력 3년 이상'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신입이 지원할 자리는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청년들은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더 큰 산업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지역 정치 지형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더 이상 광주는 진보정당의 절대적 텃밭이 아니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2030 세대의 보수정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념 이동이 아니라, 청년의 감정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청년들은 '진보냐 보수냐'보다 '누가 내 삶을 바꾸어주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하느냐'를 묻고 있으며, 정치 프레임이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체감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는 '청년정책 1등 도시'를 표방해왔지만, 아직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경력형 일자리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수치 중심의 성과에서 벗어나, 청년 한 명 한 명이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출발선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청년 일경험 사업을 단순 체험형에서 벗어나 '첫 출발형 인턴·수습·채용 제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경력이 없는 청년도 일터에 적응하며 배울 수 있도록 행정과 지자체가 인건비·멘토링·교육을 함께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청년은 변화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다. 청년 세대가 '일하고 싶지 않아서' 떠나는 게 아니며 '일할 자리가 없어서' 떠나는 것도 아니다. 일을 시작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떠난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 도전할 수 있는 도시 광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구호가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광주가 다시 청년의 희망이 되는 길이다.
[김용준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대학생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