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려한 구호와 숫자보다 '사람 중심' 정책이 먼저다.
최근 담양·순창의 경마공원 유치 논의가 자칫 정쟁으로 비화되는 모습을 보며 매우 안타깝다. 서울 과천 경마장 이전과 맞물려 '호남권 최초의 경마공원 유치'라는 말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지금 이 논의가 지나치게 '숫자 중심'으로만 흐르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의를 제기한다.
일자리 6500개, 세수 1000억 원이라는 '기회의 숫자'들이 강조되고, 이를 잡지 않으면 담양군이 미래를 놓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 숫자들은 단기간에 손에 쥘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실제로 2009년에 신규 경마장 후보지로 선정된 경북 영천조차 무려 13년이 지난 2022년에야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즉 '곧바로 일자리가 생기고, 곧 세수가 늘어난다'는 기대는 허상에 가깝다는 뜻이다. 장밋빛 전망 뒤에는 부지 확보, 행정 절차, 환경 갈등, 사회적 반발 등 수많은 현실적 과제가 놓여 있다.
그럼에도 담양군에서는 이를 '과감한 투자'라 부르며 경마공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과감함은 도박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담양군이 공모를 포기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었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성 복지가 아니다. 농촌의 인구 소멸, 지역 소득 불균형, 청년 유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실험이었다. 한 번의 토목공사보다 한 사람의 삶을 지켜내는 정책이 훨씬 큰 울림을 준다. 경마공원이 가져올지도 모를 세금 수입보다 농촌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기반이야말로 진정한 '지역경제의 뿌리'가 아닐까.
지금 우리 담양에 필요한 것은 '누가 더 과감하냐'가 아니다. 누가 더 멀리, 더 깊이, 그리고 사람 중심의 가치로 보느냐의 문제다. 담양은 이미 '관광과 문화의 도시'로 전국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산업형 시설을 더 얹기보다는 담양만의 자연과 공동체를 지켜내는 길을 택하는 것이 더 담양답고, 더 현명한 결정이 될 것이다.
단기적 숫자와 화려한 구호보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사람 중심의 정책이 결국 담양의 미래를 지켜낼 것이라고 믿는다.
[박은서 담양군의회 부의장·담양군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