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국회, 소비자보호 1차 토론회 개최…"상품 설계 단계부터 손봐야"

피해자·전문가 "충성고객 중심 판매·위험 미고지 심각"

2025-11-13     정희진 기자
이찬진(앞줄 왼쪽 네 번째)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 1차 토론회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뉴스웍스=정희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회와 함께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판매 관행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반복된 불완전판매 문제를 중심에 두고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13일 금융감독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와 함께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1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정무위 소속 김승원·김현정 의원과 이찬진 금감원장,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담당 부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화규 벨기에 펀드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표와 한국소비자보호위원회 등 소비자단체도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번 회의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개발·판매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를 짚고, 실효성 있는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첫 논의다. 금감원은 오는 18일 실손보험 등 보호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2차 토론회, 27일 금융범죄 대응을 주제로 한 3차 토론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개회사에서 "금융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소비자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 설계 단계의 보호장치 마련, 설명의무 준수, 제조사·판매사 책임성 강화 등 세 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의 감독 전환을 위해 필요한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발표에서는 고위험 상품 판매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문제가 구체적으로 공유됐다.

김세모 금감원 분쟁조정3국장은 벨기에 부동산 펀드와 홍콩 ELS 사례를 설명하며 "투자성향 변경을 유도하거나 부적합확인서를 악용한 판매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 위험 설명이 누락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며 "단기 실적에 치우친 영업행태가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객관적 증빙 기반의 투자성향 분석 ▲부적합확인서 악용 제한 ▲핵심설명서 기재 개선 등을 필요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박시문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상품 설계·판매 단계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부동산 등 고위험 펀드를 설계할 때 위험을 정확히 인식·평가할 수 있는 내부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투자자가 실제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위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위험 기재 표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동경제학 기반의 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최승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손실 구조를 먼저 보여주는 손익구조 도표 ▲동일 위험등급 내 수익률 변화에 따른 손실 가능성 비교표 제공 ▲원금보존추구형과 비보장 상품의 명확한 구분 등을 제안했다. 그는 "넛지 방식을 적용한 시범사업에서 고령 소비자들이 더 안전한 상품을 선택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화규 벨기에펀드 피해자 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희진 기자)

현장 토론에서는 피해자의 실제 경험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생생하게 제기됐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왜 위험한 상품에 가입했느냐'는 질문이 반복된다"며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의 정보공개 투명성도 지적하며 "모든 분쟁을 금감원에서 해결할 필요는 없고, 법원 판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소비자'와 '투자자'개념이 혼재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과 금융회사의 이해상충 관리 책임이 함께 확립돼야 한다"며 "한국은 금융사 배상 관행이 지나치게 일반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ELS 상품이 개인투자자에게 적합한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개인이 사실상 풋옵션 매도자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손실 위험 대비 수익률이 모호한 상품을 개인에게 판매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화규 벨기에 펀드 피해자 대책위원장은 불완전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실제 겪은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설명 없이 서명만 받는 관행은 보이스피싱과 다를 바 없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충성 고객을 중심으로 판매돼, 충성 고객에게조차 위험 설명이 부족했"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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