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위주에서 '전략' 중심으로…10월 美 팩트시트와 달라진 점은
백악관 설명자료→한미 공동문서로…관세·안보·외환·원자력 조항 확대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10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 때 백악관이 발표했던 팩트시트와 달리, 14일 문서는 한미 정상이 공동으로 채택한 '조인트 팩트시트'다. 발표 형식이 미국의 단독 설명자료에서 양국의 공동 문서로 전환되면서, 산업·관세·외환·안보·원자력 등 주요 항목도 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문으로 확장됐다.
10월 문서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양국 기업 간 계약을 소개하는 '성과 중심' 성격이었다면, 이번 공동 문서는 '전략 무역 및 투자 합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양국의 중장기 경제·안보 협력 구조를 설계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조선·에너지·반도체·핵심 광물·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산업 범주가 크게 넓어졌고, 한국의 대미 투자·협력 구조도 보다 체계적으로 제시됐다.
관세 조항도 이번 공동 문서에서 새로 독립된 항목으로 포함됐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부품, 목재류 등에 적용되는 '232조 관세'를 15%로 정리한다는 기본 원칙을 명문화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최혜국(MFN) 세율이 15% 미만이면 232조 관세를 추가해 15%를 맞추고, 그 이상이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식이다. 제약·반도체 품목에서는 '한국이 향후 합의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도 처음 담겼다.
외환시장 안정 조항 역시 이번 공동 문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전략 무역·투자 합의 이행 과정에서 한국의 대규모 달러 조달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지 않도록 협력한다는 취지로, 미국은 한국에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조달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조달 시점 조정 요청 절차도 구체적으로 적시되며 실무 이행성이 강화됐다.
이번 문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변화는 핵추진 잠수함(핵잠)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원자력 분야 조항이 새로 포함된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명시했고,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한 조선 사업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절차도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123 협정)의 범위 내에서 미국이 지지한다는 문구가 처음 들어갔다. 이는 10월 문서에 존재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양국 전략 협력 범위가 해양·원자력 분야로까지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안보·동맹 조항은 10월 문서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지만, 이번 공동 문서에서는 확장억제(핵우산), 주한미군 지원, 한국의 국방비 증액 계획,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 등이 독립된 항목으로 정리됐다.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조율 강화, 사이버·우주·AI 기반 군사 협력, 일본과의 3자 협력 확대 등도 포함되며 동맹 파트가 한층 포괄적으로 구성됐다.
경제 번영·공급망 협력 항목은 기존 내용을 유지하면서도 '비관세 장벽 논의', '디지털 규제에서의 비차별성', '강제노동 대응' 등 세부 표현이 보강됐다. 농업 생명공학 규제, 미국산 자동차 인증 완화 등 분야별 이행 절차가 추가되며 합의의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종합하면 10월 문서가 미국이 주도한 투자·계약 중심의 '성과 소개'였다면, 13일 공개된 조인트 팩트시트는 관세·외환·안보·원자력 등 정책 협력까지 포괄한 '양국 공동 전략 문서'에 가깝다. 기존 틀을 유지하되 협력 범위를 대폭 확장해 경제·안보 전반을 하나의 패키지로 재구성한 점이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