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슈퍼크루즈'에 테슬라 'FSD'까지 韓 상륙…국내 자율주행 본격 경쟁
테슬라, FSD 감독형 출시 예고…GM, 19일 '슈퍼크루즈' 탑재 에스컬레이드 공개 현대차그룹, 과거 자율주행 도입 무산…美 인증으로만 도입 가능해 안전성 논란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제네럴모터스(GM)의 '슈퍼크루즈'에 이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감독형' 서비스까지 한국 상륙이 예고되면서, 국내 자율주행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FSD 감독형, 다음 목적지: 한국, 곧 출시(Coming Soon)"라는 메세지와 함께 국내 도로에서 FSD 감독형 기능이 작동하는 차량 영상을 공개했다. 테슬라가 과거 국내 FSD 서비스 출시를 시사한 적은 있었지만 SNS를 통해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SD 감독형은 차량이 스스로 가속·감속·조향을 수행하지만,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자율주행 레벨2 기능이다. 이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으로, 국내 기준으로는 레벨 3 수준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은 대부분 중국산 모델 Y와 모델 3로,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 국내 판매량(4만7962대) 중 99.7%를 이 두 차종이 차지한다. 문제는 중국산 차량이 유럽 안전 기준을 따르고 있어, FSD 감독형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최근 출고 차량에 하드웨어 4.0(HW4)이 탑재됐는데, 이전 세대의 하드웨어를 장착한 차량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될 지도 불확실하다. 현재 국내에서 FSD 옵션 가격은 약 904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테슬라는 이미 북미, 중국, 호주 등에서 FSD 감독형 기능을 상용화했다. 하드웨어 3.0 이상 탑재 차량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FSD 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번 발표로 시장 기대감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도입에 우호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FSD 도입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3월에는 자기인증제를 통해 FSD 기능 적용이 가능하다고 재확인했다.
GM도 오는 19일 출시 예정인 전기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에 자사의 첨단 운전자 보조(ADAS) 시스템 '슈퍼크루즈'를 탑재하며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슈퍼크루즈가 공식 도입되는 국가는 북미, 중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기존 국내 시장에 상용화됐던 기술과 가장 큰 차이점은 '핸즈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다는 조건만 충족되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있어도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경쟁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현대차는 제네시스 G90에, 기아는 EV9에 SAE 기준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적용은 이뤄지지 않았다. HDP는 고속도로나 간선도로에서 차량이 운전자 대신 조향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로, 2023년 양산차 적용이 예상됐으나 내부 사정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테슬라와 GM이 국내 업체들보다 핸즈프리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 한미 FTA 규정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협약에는 미국에서 인증을 완료한 미국산 자동차 5만대까지는 한국에서도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에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있으면 국내 인증 없이도 바로 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FSD 감독형과 슈퍼크루즈가 미국산 모델에만 적용되는 것도 이 같은 규정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테슬라와 GM의 국내 진출로 자율주행 시장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국의 규제 환경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인 로보택시 운행이 불가능하고, 어린이·노인 보호구역에서는 보조요원이 반드시 동승해야 한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무인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해 운행 환경과 제어 로직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테슬라 FSD가 미국 인증만으로 별도 국내 인증 절차 없이 도입될 수 있는 구조 역시 안전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도로는 오토바이의 끼어들기, 복잡한 교차로 등 변수가 훨씬 많고 다이내믹하다"며 "이런 조건에서 충분한 실차 테스트 없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FSD는 아직 베타 버전이고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름만 듣고 기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어, 과도한 신뢰는 주의력 저하로 이어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