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호남을 말하다] 청년정책, 지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2025-11-18     우수한 기자
이준회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청년위원회 사무국장.

요즘 '청년정책'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중앙 정부와 광역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수많은 정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느끼는 지역 청년의 삶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책의 방향이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이 무안군 같은 지역 청년의 일상에 닿기까지는 여전히 두터운 벽이 존재한다. 정책의 양이 아닌, 현장과의 '거리'가 문제의 핵심이다. 근본적인 변화는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청년이 체감하는 정책은 행정의 속도나 거창한 문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와 현장의 목소리에서 나온다. 지역의 청년들을 단순히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주체'로 세우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청년위원회 사무국장과 청년플랫폼 '청년지대' 무안지부 이사장, 무안군 청년협의체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절실히 느꼈다. 청년들은 변화를 갈망하지만 방법을 몰라 주저하고, 행정은 지원하고 싶어도 청년들의 실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간극이 크다. 이 간극을 좁히는 일, 그것이 바로 지역 청년 정책 참여의 최우선 과제다.

정책이란 결국 사람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잠시 육아휴직을 하며 환경미화원의 삶에서 벗어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지금, 이 믿음은 더욱 확고해진다.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할 때는 공공 서비스의 질,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 노동자의 삶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곧 삶의 질이었다.

청년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일자리, 주거, 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지만 이 모든 것이 귀결되는 지점은 '청년이 지역에 남아 살아가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노동의 현실과 육아의 부담이 높은 지역에서 청년정책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삶의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야 한다.

무안군은 지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전남의 핵심 성장 거점이다. 전남도청 소재지로서의 공공기관 이전과 꾸준한 인구 유입 추세에서 보듯 무안은 막대한 잠재력과 풍부한 농업 자원을 갖춘 활력 넘치는 도시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만족하고 정주하며 문화를 향유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전남의 강점인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RE100 연계 산업을 무안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점하고 유치하기 위한 청년들의 비전과 아이디어가 전략 수립 초기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이들이 지역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청년 일자리를 직접 연계하는 전략이야말로 시대적 과제다.

현재 군 단위에서도 청년협의체, 청년플랫폼 등 청년들의 참여와 소통을 위한 기반은 마련되고 있지만, 참여는 여전히 일부에 한정되고 목소리는 단편적으로만 반영된다. 우리는 제도의 틀 위에 또 다른 제도를 얹을 것이 아니라 실제 청년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고 예산의 쓰임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회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역 문제를 진단하고 답을 찾는 참여형 모델이 절실하다.

정책은 반드시 청년 주도로 지속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이 과정을 통해 행정의 한계를 이해하고 동시에 지역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다.

이 경험은 단순한 목소리를 넘어 지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역량으로 이어진다. 과거 행정이 주도했던 청년정책은 단기적인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청년이 주도하고 행정은 이를 굳건히 뒷받침하며 피드백하는 시스템만이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무안의 청년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소통하며 '이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 이는 단순히 정책 제안을 넘어 청년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실천으로 연결되는 역동적인 정책 환경을 조성하여 지역의 역동성을 극대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청년이 정책의 주체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구체적인 실천과 성과로 연결하는 '무안형 청년 거버넌스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는 전남 지역 청년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건강한 해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행동 중심의 풀뿌리 참여는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의 작은 희망이 될 것이다. 청년이 직접 현장에서 답을 찾고 행동할 때 비로소 무안은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 도전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준회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청년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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