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외통위원들 "관세협상, '특별법 일방처리' 안 돼…위헌 소지"
"李정부 판단, 헌법·판례·국회예산정책처 해석 모두 충돌"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외통위 위원들이 19일 '한미관세협상 업무협약(MOU)'을 국회비준이 아닌 특별법으로 처리하려는 정부·여당의 행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 위원장 등은 이날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국회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특별법으로 일방 처리하려는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의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합의 내용을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의 검토와 동의를 받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1조 5000억원 규모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약 330배에 달하는 500조원의 국가 부담에 대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발상을 과연 어느 국민께서 납득하실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하는데 이 역시도 사실과 다르다"며 "헌법재판소는 1999년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조약에 대해 형식이 어떠하든 '실질적 내용'과 '재정적 효과'로 판단해야 함을 명시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500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유발하는 이번 합의 역시 그 형식과 명칭을 불문하고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국회예산정책처도 올해 11월에 발간한 '2026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대미 투자 규모는 향후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양국 간 양해각서 또는 협정 체결 시 관련 법령에 따라 통상조약 체결 절차 및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판단은 헌법의 정신과 판례 그리고 국회예산정책처의 해석 모두와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외통위원들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조현 외교부장관은 지난 9월 16일 대정부질문에서 각각 '동의를 요하는 조약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국회 동의를 요청하고 구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국회에 와서 설명을 드리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고 이 점을 미국 측에도 분명히 얘기했다'고 답변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꾼 이유를 국민들께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외통위 간사인 김건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백브리핑에서 "(민주당이 특별법 일방 처리 강행 시) 법적 대응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권한쟁의심판"이라며 "혹은 MOU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투자 피해가 생긴다. (기업·투자자의) 손해가 생기거나 피해를 본 사람이 생기면 이 MOU가 국회 비준을 안 받았다는 위헌소송으로 갈 소지가 있다. 국회 동의를 얻지 않으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고 피력했다.
김석기 외통위원장도 "500조원이라는 건 국민 1인당 1000만원의 부담을 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회 동의를 피하겠다는 건 자신이 없는 것"이라며 "정부는 (관세협상을)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는데 그렇게 잘했으면 국회에 와서 설명하고, 검증하고, 동의를 받으면 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협상 내용을 쭉 살펴보면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2000억, 3500억원을 언제까지, 1년에 얼마씩 투자하겠다'해서 딱 떨어지게 돼 있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 측에 줘야 하는 것은 모든 게 다 애매모호하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막대한 재정적 부담에 대해 국회의 설명과 동의도 없이 알아서 하겠다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