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깐부' 구본욱 KB손보 대표…내실 성장에 연임 '청신호'

실적으로 입증한 '존재감'…비은행 순익 1위·영업 경쟁력 제고 '성과' 2+1 관례 따라 임기 연장 '무게'…KB금융 계열사 '세대교체'는 '변수'

2025-11-19     손일영 기자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가 지난 1월 경영진 및 부서장 약 200명이 참석한 ‘2025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변화와 혁신을 디자인하는 2025년’이라는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KB손해보험)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임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의 거취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뛰어난 실적·리스크 관리로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지만,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인사 기조에 따라 아직은 예단하기 이르다는 전망이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사 CEO의 '2+1(보장 2년+추가 1년) 임기 관례'를 고려해 구 대표의 임기 연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구 대표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구 대표는 KB손보(구 LIG손해보험)가 2015년 KB금융에 편입된 이후 첫 내부 출신 대표다. 입사 이후 경영관리부문장(CFO)와 리스크관리본부장(CRO) 등을 역임한 만큼, 업계에서는 '전략·재무통'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의 인연도 깊다. 양 회장이 KB손보 대표 재직 시절, 구 대표는 경영관리부문장(CFO)과 리스크관리본부장(CRO) 등 핵심 보좌 역할을 맡아 양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2017년부터 손발을 맞춘 두 사람은 '고객 중심 가치경영' 철학을 앞세워 KB손보 성장세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깐부'로 불릴 만큼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으며, 양 회장의 2023년 취임 후 첫 인사에서 구 대표를 직접 추천한 바 있다. 당시 구 대표는 리스크관리본부장(전무)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표이사로 승진을 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사진제공=KB금융지주)

지주 회장의 신뢰에 구 대표는 실적으로 화답했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장기보험 영업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려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8359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7% 증가한 수준이다.

KB손보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669억원이다. 전반적으로 보험업계를 둘러싼 어려운 영업환경에도 불구하고, 투자손익으로 손실분을 상쇄하며 전년 동기 대비 3.6%의 순이익 성장세를 이뤄냈다.

다만, 글로벌 부문 부진이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연임에 성공할 경우 해외 사업 강화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임기 중 수익성 창출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모두 입증한 구 대표에 대한 양 회장의 신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3분기 기준 KB손보의 지주 순이익 기여도는 43.6%에 달해 비은행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영 전략·목표도 단계적으로 달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구 대표는 지난해 초 상품 경쟁력 확보와 업무 혁신으로 '회사 가치 성장 1위'를 경영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취임 후 2년간 구 대표는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 기반 장기 인보험 영업력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대표 상품인 '5.10.10(오텐텐)' 등을 선보이며 손보업계 유병자보험 시장을 선도한 바 있다.

업무 혁신 측면에서는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내부 업무 효율화뿐만 아니라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KB손보는 올해 상반기 생성형 AI를 활용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개발해 보상 업무에 도입한 바 있다.

다만, 양종희 회장의 인사 기조를 보면 '연임 변수'도 존재한다. 실적과 대표 개인의 역량만이 조직·인사 개편의 기준은 아니라는 업계 분석이 있다. 양 회장은 취임 초 6명의 대표를 대대적으로 교체해 '인사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그 후에는 KB국민은행에 이례적으로 비은행(KB라이프) 출신 이환주 현 은행장을 앉히는 '깜짝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현재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내부에 영업·재무·리스크관리 등 다양한 부문을 경험한 '잠재적 리더'급 인재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양 회장이 이들을 대폭 기용한다면, 다시 한번 본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내부 출신 CEO 기용'이라는 인사 기준을 공고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양 회장의 공식 임기가 내년 종료되는 만큼, 임기 초 인사 혁신보다는 성과 검증이 끝난 계열사 대표를 중심으로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KB금융그룹은 11월 말~12월 초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구 대표 외에도 KB자산운용과 KB캐피탈 등 비은행 CEO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양 회장의 3년차 인사에서 '변화'와 '안정'의 균형이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사 인사는 일반 금융사에 비해 변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보험산업 전반에 불어닥친 침체기 속 보험사의 재무 관리 역량이 중요한 시점에 손보사 대표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