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氣' 받으려면 '깐부' 말고 여기로…젠슨 황 사인 받은 대신증권 '이 부장'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이영환 강남금융2센터장 "AI 성장, 이제 시작 불과" "서학개미는 애국자…조정시 '일류 기업' 싸게 담을 기회·투자엔 '시간' 중요"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요즘 TV에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화제라지만, 자본시장에서는 또 다른 '부장 서사'가 등장했다.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이 한국을 찾으며 '치맥회동'이 열린 깐부치킨이 성지가 되고, 그의 기(氣)를 받겠다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젠슨 황을 직접 만나고, 심지어 가치 3000만원으로 책정된 황금 친필 사인까지 받아온 증권사 센터장이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부장'으로 불리는 이영환 대신증권 강남금융2센터장이 그 주인공이다. 도곡·압구정·청담을 거쳐 16년째 프라이빗뱅커(PB) 최전선에서 일해온 그는 황 CEO를 만난 다음 날부터 센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황 CEO를 만난 건, 마치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준비된 결정이었다.
이 센터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엔비디아 CEO가 방한한 날이 마침 '해외자산에 투자하라 2.0' 스터디 모임이 있는 목요일이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뉴스가 뜨자마자 스터디 장소를 깐부치킨 근처로 옮기면 의미가 크겠다 싶어 오픈 전부터 바로 나갔다"며 "현장은 이미 취재진과 관계자들로 북적였고, 일반인 입장도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1번으로 줄을 섰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가 황 CEO를 만나러 갈 당시에는 빈손으로 나섰지만, 동료들이 엔비디아 서적과 발표 자료를 뒤늦게 챙겨다 줬다고 전했다.
◆젠슨 황과의 '20억분의 1' 확률…가치 '3000만원' 황금펜 사인
긴 대기 끝에 황 CEO를 마주한 순간, 그는 한 그루의 거대한 에너지를 만난 듯했다고 기억했다. 이 센터장은 "명랑했고,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듯한 사람이었다"며 "사인받는 과정에서 몸이 부딪히기도 했는데 힘이 무척 강했다. 그날 열린 행사가 지포스 게이머를 위한 행사였던 만큼 영원한 게이머 같았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젠슨 황을 비롯한 엔비디아 관계자들과 취재진을 제외하면 저희를 포함해 두 개 테이블만이 재벌 회장들의 '골든벨(모든 테이블 계산 무료)'에 참여했다"며 "챗GPT에 알아보니 그런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들과 모여 같이 치맥을 할 확률은 20억분의 1, 이것을 티켓 가격으로 하면 2억7000만원, 골드펜으로 받은 사인은 3000만원 정도로 시가가 평가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받은 검은색 엔비디아 북의 황금 사인은 조만간 강남센터 로비에 전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임시 케이스에 보관되었지만, 지금은 전용 케이스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황 CEO 사인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AI 시대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하나의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그 의미를 'AI 태동이 끝나고 AI 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황 CEO가 한국에서 강조한 것은 우리나라가 AI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었다"며 "AI는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의 기가 강남금융센터까지 전달된 것일까. 강남권 투자자들의 반응도 빠르게 바뀌었다. 이 센터장은 "직원들 눈빛부터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고객들 역시 '조금 더 투자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최근 수익률이 좋았으니 시장이 살짝 흥분 상태인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강남 '리치'들의 3대 관심사 '코스피·美주식·채권'
강남금융센터는 지난해 선릉·압구정WM·청담WM센터를 통합하면서 PB 중심 거점으로 재편된 곳이다. 최근 문의가 가장 많은 분야를 묻자, 그는 "단연 코스피"라며 "다음이 미국주식, 그다음이 채권"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더 사야 하냐는 FOMO부터, '이제 팔아야 하냐'는 걱정까지 문의가 다양하다"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증시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이런 조정장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그는 "단기투자가 아니라면 지금은 잠깐 쉬어가며 기회를 볼 때"라며 "AI 성장 여정은 앞으로 최소 10년"이라면서 "조정은 일류 기업을 싸게 담을 기회"라고 했다.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자주 말한 단어는 '시간'이었다. 그는 "제가 언론에서 가장 많이 쓴 말이 '시간에 투자하라'다. 싸게 사면 결과가 빨리 나오고, 비싸게 사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을 이길 수 있는 투자는 없다. 빨리 부자 되려고 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AI 기술을 실제로 체험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OTT,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AI 서비스만 써도 월 수십만원이 나간다. AI는 작은 도구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도구다. 안 쓰면 1차 산업적 세계에 머무는 거고, 쓰면 창업도 가능하고, 전문직 성장도 가능하다"고 했다.
◆"해외투자는 애국"…서학개미에게 건네는 메시지
그는 투자자들을 위한 '한 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에 '애국'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 센터장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건 달러를 벌어오는 일"이라며 "해외 배당이 국내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건 개인의 관심을 넘어서 자본 전쟁이다.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이 아니라 영국이 금융자본으로 패권을 버틴 방식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서학개미는 애국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뜨거운 시장 속 투자자들에게 차분한 조언을 남겼다.
이 센터장은 "시장이 지금 매우 뜨겁다. 조정은 언제든 예측 못 한 이유로 발생한다. 투자에는 반드시 사이클이 있으니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투자 기간과 비중을 조절하며 건강하게 자산을 성장시키시길 바란다"면서 "강남금융센터에서 뵙겠습니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