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1인당 30만원 개인정보 유출 배상 조정안 불수락 가닥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SK텔레콤이 유심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1인당 30만원을 배상하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안을 거부할 방침이다. 전체 피해자에게 동일 기준을 적용할 경우 배상액이 최대 7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재무적 부담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2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달 5일 분조위로부터 조정안을 통지받은 후 법률 검토를 거쳐 불수락 방침을 확정하고 답변 시한인 이날 중 관련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분조위 조정은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거부하면 불성립으로 종결되며, 신청인은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권리를 구제받아야 한다.
분조위는 이달 4일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이 신청인 3998명(집단분쟁 3건 3267명, 개인 신청 731명)에게 각 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배상액 산정에는 유출 정보 악용에 따른 휴대전화 복제 우려, 유심 교체 과정의 혼란·불편 등 정신적 손해가 반영됐다.
SK텔레콤이 조정안을 거부한 핵심 배경은 천문학적 배상액에 대한 우려다. 신청인 3998명은 전체 피해 추정치 약 2300만명의 0.02%에 불과하다. 조정안을 수용해 배상 선례를 남길 경우 전체 피해자에게 동일 기준을 적용하면 총 배상액은 약 6조9000억원에 이른다.
SK텔레콤은 이미 해킹 사태 수습과 유심 교체 등에 1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했고, 5000억원 규모 고객 보상안과 7000억원 규모 정보보호 투자 계획도 발표한 상태다. 개보위로부터 약 1348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받았다. 이 같은 대규모 해킹 사태 여파로 SK텔레콤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5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조정안 통지 당시 "회사의 사고 수습과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보상 노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연말까지 위약금 면제를 연장하고 결합상품 해지 시에도 위약금 일부를 부담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직권조정도 거부했다.
결국 SK텔레콤은 확정된 조정안 수용보다 승패가 불확실하더라도 법정에서 다투는 것이 경영상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피해 구제 절차는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미 피해자 약 9000명은 SK텔레콤을 상대로 1인당 5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내년 1월 첫 변론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정렬 개보위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SK텔레콤의 답변이 오지 않았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조정안 거부 가능성이 언급된 건 봤지만, 답이 오면 법에서 정한 분쟁조정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