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새 뇌관 된 '예실차'…출혈 경쟁 덫에 걸리나

상장사 6곳 예실차 손실 '직격탄'…삼성화재, 5000억 CSM 조정 예정 IFRS17 도입기 'CSM 과당경쟁' 영향…"상품 수익성·건전성 확보해야"

2025-11-22     손일영 기자
DB손해보험 사옥 전경. (사진제공=DB손해보험)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보험업계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바로 '보험금 예실차(예상손해율-실제손해율 차이)' 악화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처음으로 주요 보험사들이 대규모 예실차 손실을 동시에 기록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상장 보험사 6곳(삼성생명·삼성화재·한화생명·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의 3분기 기준 보험금 예실차(단순 합산 기준) 손실 규모는 4873억원에 달했다. 6곳 모두 보험금 예실차 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험금 예실차는 보험사가 계리적으로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 벌어들인 보험금의 차이를 의미한다. 예실차가 악화했다는 것은 회사가 예상한 것보다 보험금 지출이 컸다는 것을 뜻한다.

IFRS17 제도 아래에서 보험사의 상품 판매 수익 역량을 가늠하는 보험손익은 CSM(보험계약마진) 상각과 보험금 및 사업비의 예실차 산정을 통해 산출된다. 기본적으로 CSM 확보가 중요하지만, 예실차에 따라 CSM이 조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보험사의 예실차 관리는 실적 방어에 있어 필수적이다.

삼성화재는 상품 손해액 증가세에 따른 보험금 예실차 악화를 고려해 연말 약 5000억원 이상의 CSM을 조정해 건전성 지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3분기에는 생·손보업권 가릴 것 없이 보험금 예실차 악화에 따른 보험손익 감소가 이어져 실적에 타격을 입었고, 몇몇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해 투자손익을 확보하며 순이익을 겨우 방어하는 흐름이었다.

다만 금리·주가 변동성을 고려하면 투자손익으로 실적을 지탱하기보다는, 상품 수익성 확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2025년 1월~9월 보험사 잠정 경영실적. (출처=금융감독원)

업계는 이번 보험금 예실차 악화가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의료계 파업 종료 후 늘어난 의료 수요를 포함해 호흡기 질환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겹쳐 보험금 청구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IFRS17 도입 후 CSM 확보를 위해 과열된 장기 보장성 상품 중심 경쟁과 낙관적 손해율 가정이 누적돼 업권 전반의 수익성 감소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한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최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보험사의 과도한 상품 경쟁에 대해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자체 계리적 가정으로 손해율을 낙관적으로 산정해 보험료를 낮추고,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출혈 경쟁'이 손실로 되돌아왔다는 주장이다.

이는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이 연초 제기한 '손해율 가정의 회계적 정합성' 논란과 궤를 같이한다.

김중현 대표는 "재작년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진 무해지보험 중심의 과당 경쟁이 저가 계약을 다량 양산했고, 해당 계약군이 올해 업계 전반적인 손해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각 사별 손해율 가정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은 보험산업 부진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 라인업 구축과 도덕적 해이 등 보험금 누수를 막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전문가는 "각 사는 자산 운용 현황과 보험 계약 속성을 고려해 유리한 예상 손해율 측정을 하고 이에 대한 운영 책임을 회사가 지는 것이 IFRS17 도입 취지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보험금 예실차 악화에 따른 수익성 감소에 대해 조은영 삼성화재 장기보험전략팀장은 "IFRS17 도입 전후의 상품이 각각 절반씩 보험금 예실차의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판매된 계약의 마진이 낮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을 확실하게 해 손해율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출시될 상품을 비롯해 판매된 계약에 한해서도 AI 모랄 탐지 시스템 구축 등 보험금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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