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일 "韓 핵추진잠수함, 단순 전력 증강 아닌 패러다임 전환"

2025-11-22     원성훈 기자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16년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Ⅱ(214급) 잠수함 '윤봉길함' 시운전 모습. (사진제공=HD현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 울렸다.

한·미 양국 정상과 국방 당국이 큰 틀에서 합의한 가운데 외교·안보전문가인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중국, 일본의 해양력 증강에 맞선 자강형 억제력의 핵심 축"이라고 평가했다.

◆"핵잠 추진, 외교·정치·시간·예산 부담 난제"

그는 "핵추진잠수함은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대응, 장기잠항, 은밀 억제력, 원양작전 능력 확보로 중국·북한·러시아 해양전력에 대한 균형·자율 억지 기반을 만든다"며 "기술·산업 파급효과도 크나, 핵연료·NPT(핵확산금지조약) 규제·한미원자력협정, 주변국 반발 등 외교·정치·시간·예산 부담이 큰 난제이며 LEU(센트러스 에너지·원자력발전용 농축 우라늄 생산기업) 기반이 현실적 모델로 거론된다"고 강조했다. 

정 부소장은 "핵추진 잠수함은 고가의 기술·운용 역량을 필요로 하므로 실제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미국은 핵추진잠수함 보유 규모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공격형(SSN), 탄도미사일형(SSBN), 유도미사일형(SSGN) 등을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정비·선체 노후화 등의 문제로 잠수함 가용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SSBN(탄도미사일형)을 비롯해 상당한 전력을 보유·운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야센(Yasen)급 등의 최신형 공격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양적으로 미국·러시아보다 적지만 인도·태평양 전략 환경 변화에 대비해 점차 증강하고 있고, 영국, 프랑스, 인도 등도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거나 확보 중에 있으며, 특히 영국은 공격핵잠수함과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핵잠, 정보·감시·정찰 자산 플랫폼 역할 수행"

정 부소장은 '핵추진잠수함의 전략적 의미 및 효과'에 대해 "장거리·장기 작전 능력으로 연료 보급 없이 수개월 활동이 가능하고 전략 억제력으로 SSBN은 핵 2차 보복 능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해양전력 투사로 원양·심해 작전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수중 ISR(정보·감시·정찰 자산)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부소장은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전략적 의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단순한 무기 획득 차원을 넘어 북한의 SLBM 위협과 중국·일본의 해양력 증강에 대응한 자강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한·미 동맹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며, 동북아 해양 안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전략 자산 확보라는 점에서 한반도 안보 전략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략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이 신포급 잠수함을 통해 SLBM을 실전 배치한 상황에서 잠수함 대잠수함 감시·요격 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속 잠항 능력 확보 및 실질적 은밀 억제력 강화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나 지휘부를 24시간 감시·타격할 수 있는 탐지 불가능한 제2격 능력 확보로 핵 억제력 강화 ▲고속 기동으로 북한의 동해안·원산·신포 지역 등 전략 목표에 신속하게 접근해 순항미사일로 은밀하게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대북 선제·보복 타격 능력 증강 ▲ 한반도 주변뿐만 아니라 동중국해, 남중국해, 인도양까지 해양작전 범위를 확장할 수 있어서 장차 한국 해군이 원해 작전 능력을 갖춘 실질적 블루워터 네이비(Blue-water Navy·전세계적 활동 해군)로 도약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핵 추진 기술 공유…동맹 신뢰 상징성 강화"

'전략·지정학적 측면'에선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억제 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한 자체 생존형 보복 수단을 구비함으로써 핵 억제의 자율성 강화 ▲중국·러시아가 핵잠수함을 동북아 해양전략의 핵심으로 운용하는 상황에서 동해-남중국해-태평양 해역 전력 균형을 유리하게 조정하는 전략적 균형자 역할 담당 ▲미·일과 해양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 자율성 확대를 지적했다. 

'외교·동맹 측면'에선 ▲미국의 군사기밀 중 하나인 핵 추진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동맹 신뢰의 상징성 강화 ▲AUKUS(미·영·호 안보동맹) 사례처럼 동맹 내 기술·정보 접근권 확대 가능 ▲핵연료(고농축우라늄) 사용 시 IAEA 사찰·미국 승인 문제 발생 등 비확산 및 국제정치적 부담이 수반돼 저농축(LEU) 기반 원자로 개발을 현실적 방안으로 모색하는 과정에서 핵주권 기술 축적과 국제 협상력 제고를 거론했다.

'산업·기술적 측면'에선 ▲원자로 설계, 방사선 차폐, 냉각 시스템, 고강도 합금, 초정밀 전자장비 등 원자력·조선·전자·소재산업의 기술 집약 강화 ▲국방 R&D와 민간 원전 기술의 융합을 촉진함으로써 산업 전체의 경쟁력 상승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 건조 경험을 기반으로 핵 추진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일본보다 앞서 아시아 제2의 핵잠수함 보유국으로 부상 가능을 언급했다. 

◆"저농축우라늄 기반 원자로·투명한 IAEA 검증 체계 필수"

또한,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있어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 조건'으로는 핵연료 확보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잠수함 원자로용 안전·방진·충격 내성 설계, 조선·정비 산업 인프라 확충, IAEA(국제원자력 기구) 및 국제 비확산 체계와의 정합성 확보를 꼽았다. 

이중에서도 특히 "핵추진잠수함의 원자로는 대체로 고농축우라늄(HEU, 90% 이상) 혹은 저농축우라늄(LEU, 5~20%)을 사용하며,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저농축우라늄 기반 원자로와 투명한 IAEA 검증 체계가 필수적"이라며 "고농축우라늄은 연료 교체 주기가 30년 이상이고 유지성이 뛰어나지만,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어서 IAEA와 미국의 강력한 제약이 수반되므로 한국의 사용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저농축우라늄은 핵확산 우려가 낮아서 외교적 부담이 적으며, 재장전 주기가 짧아지고 원자로가 커지는 단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사용할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