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사이언스] '극한 폭염' 데스밸리서 잘 자라는 식물 비밀 풀렸다

2025-11-22     문병도 기자
데스밸리의 극한 폭염서 잘 자라는 '티데스트로미아 오블롱기폴리아' (사진제공=미시간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데스밸리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동부와 네바다주 서남부에 걸쳐져 있는 분지인 이 곳은 8월의 평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고, 지난 1913년 7월 10일에는 섭씨 56.7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식물은 이러한 더위에 시들시들하지만 유독 한 식물을 잘 자란다. 티데스트로미아 오블롱기폴리아라는 식물이다. 미시간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이 식물이 극한 폭염을 견디는 비밀을 규명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이번 연구는 이 식물이 기온 상승에 맞춰 잎과 세포 구조를 빠르게 바꾸는 독특한 적응 전략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높은 온도에서 대부분 식물이 생장 속도가 떨어지는 것과 달리 이 식물은 섭씨 49도를 넘는 데스밸리에서 오히려 왕성하게 자란다.

연구진은 데스밸리에서 채집한 씨앗을 재배해 한 달간 초고온 환경에 노출시키고 생리적·유전적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식물은 단 이틀 만에 광합성 속도를 끌어올렸고, 열흘이 지나자 잎이 작아지는 대신 전체 생물량이 세 배가량 증가했다.

주목되는 점은 고온에서 광합성 효율이 증가하는 '광합성 내열'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 식물은 고온 스트레스가 시작되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수와 이동성이 크게 늘어나 엽록체 주변으로 집중 배치된다. 이는 에너지 생산 능력을 극대화해 극한 환경에서도 광합성을 지속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전적 적응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식물이 고온에 맞춰 전사체 구성을 재조정해 열 스트레스 대응 유전자를 빠르게 켜는 것을 관찰했다. 일부 엽록체가 일반적인 타원형 대신 컵 모양으로 변한 점도 발견됐는데, 이는 조류에서만 보이던 구조로 식물에서는 드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적응 메커니즘이 기후 변화 시대 농업 기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폭염으로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초고온에서도 광합성을 유지하는 이 식물의 특성은 작물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식물의 분자 수준 생존 전략을 더 분석해 다른 작물에 적용할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이승연 미시간주립대  소장은 "이 식물의 적응 과정은 미래 작물 재배 전략 설계에 실제적 영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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