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이익 침해 논란에…태광산업, 3200억 교환사채 발행 철회

2025-11-24     정현준 기자
서울시 광화문 태광그룹 흥국생명 빌딩. (사진제공=태광그룹)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태광산업이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 및 자사주 처분 결정을 전격 철회했다.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 주주이익 침해 논란, 최근 시장 환경 변화를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태광산업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이후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이들의 의견을 청취해 왔다"며 "최근 5개월간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발행 여건이 변한 점과 정부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철회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현재 석유화학·섬유 등 주력 사업의 구조적 불황으로 실적 악화가 심화된 상황이다. 매출은 2018년 3조원대에서 지난해 2조2122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손실은 2891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생존을 위해 사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태광산업은 "남대문 메리어트 호텔과 애경산업 인수 등 일부 신사업이 본계약 단계에 이르렀다”며 “향후 화장품·에너지·부동산·조선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사업 진출과 사업구조 재편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며 "가동을 중단한 생산시설의 철거와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고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도 확보해 두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 EB 발행을 결정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주주는 “교환권 행사 시 신주 발행과 동일해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이자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 0.2 수준에서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은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사들의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금융감독원 역시 EB 신고서에서 발행 상대방 정보 누락을 이유로 정정 명령을 내렸다. 금감원은 조달 자금 사용 목적이 불명확하다며 명확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처분 신청에서는 태광산업이 승소했지만, 시장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태광산업은 철회를 결정했다.

태광산업은 EB 철회로 투자 계획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올해 7월 발표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태광산업은 "현재 투자 계획을 그대로 집행할 경우 내년 상반기 예비운영자금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며 "사업 재편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외부 차입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을 검토 중으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한층 강화하고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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