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AI 무기·사이버 위협 현실화…"정책적 대응 수립 절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 AI 현황분석과 정책적 고려 사항' 보고서 발간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북한이 1990년대 후반부터 축적해온 AI 기술이 안면인식, 음성합성, 다중 추적 등 실전 배치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며 군사·사이버 안보 위협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제한된 연산 환경에서도 실시간 처리가 가능한 경량화 알고리즘을 개발해 감시, 식별, 음성 사칭, 암호자산 탈취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북한 AI 현황분석과 정책적 고려 사항: 공개자료를 중심으로' 전략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대 이후 김일성종합대학 정보과학부 내 AI연구소와 김책공업종합대학 내 AI실험실을 설치하며 연구 체계를 확대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3월 AI 탑재 자폭 드론 시험을 공개하며 '무인 무장 장비 체계의 AI 및 작전 능력 고도화'를 "무력 현대화 건설의 최우선 과제"라고 천명한 바 있다.
북한의 국립과학원 수학연구소가 올해 4월 발표한 안면인식 개선 연구는 어두운 환경이나 낮은 화질의 영상에서도 얼굴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기술로 보인다. 보고서는 해당 기술에 대해 마스크 등으로 얼굴 일부가 가려진 상황에서도 인식 정확도를 높였으며, 이는 군사시설 출입 통제나 전장 감시 카메라에 적용될 경우 식별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리과대 AI기술연구소가 8월 발표한 다중 인물 추적 연구도 주목된다. 연구는 축구 경기 영상에서 여러 선수를 동시에 추적하는 기술로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여러 대의 카메라 영상을 통합해 사람의 이동 경로를 자동으로 예측하는 감시 알고리즘과 같은 구조다. 정확도가 94.4%, 식별정확도가 97.2%에 달해 국경·도시·군사시설 통합 감시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CCTV나 드론과 결합하면 움직이는 사람을 실시간으로 자동 식별하는 감시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음성 관련 기술의 위협도 간과할 수 없다. 국립과학원 수학연구소가 4월 발표한 음성합성 경량화 연구는 스마트폰 같은 저성능 기기에서도 실시간으로 목소리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음질 점수 4.36/5점, 실시간 처리 속도 0.85배 향상이라는 결과를 보였다. 통화나 메신저에서 즉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리과대 AI기술연구소가 6월 발표한 한국어 억양 식별 연구는 다양한 억양을 자동으로 구분하는 음성 분석 기술로, 오류율이 0.43~1.62%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 신원 위장, 통신 교란, 사회공학적 사이버 공격의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보고서는 북한 사이버 조직이 AI 자동화 기술을 활용할 경우 암호자산(가상화폐) 탈취, 자금세탁, 가짜 신원 생성 등 전 과정의 속도와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는 올해 6~8월 대형 암호자산 탈취 사건과 북한의 원격 IT 근로자 네트워크에 대한 수사와 제재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특히 북·러 및 북·중 간 기술·인력 협력이 이러한 기술의 실전 배치를 앞당기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북한이 AI 연구 인력을 러시아 등에 파견해 기술 협력과 학술 교류를 진행하며 AI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북·러 협력 심화를 핵심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으며, 유럽연합 사이버보안국은 국가 지원 사이버 활동과 범죄 조직의 결합을 주요 특징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영상·음성 기반 AI 연구 동향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해당 기술들이 군사나 사이버 공격에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러시아·중국과의 기술·인력·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 AI 기술의 실전 배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북한의 군사·감시·사이버 분야 AI 활용 현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정밀 분석해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