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2인 사장' 체제 부활…'영업통·전략통' 캐미 기대
'홍원학-이승호' 공동 사장 라인업 구축…'안정 속 쇄신' 인사 평가 경영·자산운용 전문가 이 사장 주목…영업·규제 환경 대응 '총력'
[뉴스웍스=손일영 기자] 삼성생명이 이승호 신임 사장을 선임해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구축했다. 3년 전 '2인 사장 체제'를 재현해 어려운 영업 환경 속 본업 경쟁력과 자산운용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승호 금융경쟁력제고TF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를 통해 이 사장은 유임된 홍원학 대표와 함께 삼성생명의 경영 전반을 총괄할 방침이다.
이승호 신임 사장은 삼성증권 디지털부문장과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을 거쳐 금융경쟁력제고TF장을 맡으며 경영 지원과 보험·증권사 자산운용까지 금융업 핵심 부문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금융경쟁력제고TF는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과 삼성 내 금융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을 지원하는 팀이다. 2018년부터 신설된 기구로써 금융 현안을 전방위적으로 검토하고,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해당 TF를 이끄는 인물이 사장에 선임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삼성생명은 지난 2022년 말 박종문 금융경쟁력제고TF장(현 삼성증권 대표)을 자산운용 부문 사장으로 임명하며 전영묵 전 대표와 함께 '2인 사장'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삼성생명이 3년 만에 2인 사장 체제로 복귀한 것은 대내외적 금융·영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업계 관측이 있다. 2022년 말 박종문 사장 선임의 배경에는 자본규제 강화(IFRS17 도입 등)와 장기보험 상품 경쟁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한 삼성생명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사장이 선임된 지금도 보험업계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금리 인하와 회계제도 영향으로 보험 수익성이 약화하고, 부채 시가평가로 불어난 보험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효율적인 자산운용 역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나 대기업에서 사장을 2명 배치해 각기 다른 사업 부문 등을 맡아 경영을 총괄하는 구조를 확립하는 때가 종종 있다"며 "이는 전략적 의사결정 확보와 전문성 확보를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 순이익(누적 기준 2조1171억원)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보험금 예실차 손실에 본업 경쟁력에는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이는 IFRS17 회계제도 도입 다시 과거 계약이 현재 가치로 재평가되면서 예실차가 확대된 탓이다.
이에 금융 전문성을 갖춘 이 사장을 전면 배치해, 홍원학 대표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는 전략이 채택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가 상품 판매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 사장의 경영·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부임 후 고수익 건강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올해 3분기 기준 14조원이 넘는 CSM(보험계약마진)을 확보하며 '영업통'의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이 사장은 침체된 생명보험산업의 '생존 도구'로 평가받는 투자손익의 안정적 확보로 홍 대표를 지원할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3분기 기준 투자손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1조7130억원을 벌어들여 보험손익 감소분을 일정 부분 상쇄해 순이익 성장을 이뤄낸 바 있다. 이는 자산운용본부장 시절 이 사장이 이끌어낸 성과로 풀이된다.
신임 사장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눈길을 끈다. 이 사장은 삼성생명 부사장(금융경쟁력제고TF장) 재임 당시인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용진 전 국회의원과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관련 논쟁을 벌이며 민감 현안에 대응하는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보험사의 보유 지분을 '시가평가'로 계산해 보유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을 포함해 일탈회계 처리 문제 등 잠재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안정 속 쇄신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 측은 이 사장 선임 배경에 대해 "이승호 사장은 금융전문가로 2022년 말부터 금융경쟁력제고TF장을 맡아 리더십과 경영 역량을 인정받았다"며 "삼성생명은 부사장 이하 2026년도 정기 임원 인사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