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9.07 09:55

일본 제약계, 방습·기능·편리 삼박자 갖춘 새로운 약 포장재 개발 몰두

(사진:일본 스미토모 베크라이트)
(사진:일본 스미토모 베크라이트)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약을 포장하는 기술도 약만큼이나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PTP'다. PTP란 ‘Press Through Package’의 약자로 플라스틱 시트를 열로 성형해 약이 들어가는 공간을 만들고 그 위를 얇은 알루미늄으로 감싸 밀봉한 것을 말한다. 사용할 때는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눌러 약을 꺼낸다.

최근 일본공업신문 자매지인 뉴스위치는 제약회사들의 약포장 기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PTP 개발 노력들을 소개했다.

약을 PTP로 포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습' 때문이다. 약은 입이나 위에서 잘 녹아야 약효가 빠르게 발현된다. 따라서 많은 약들이 물을 빨아들이는 인습성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 구강붕해정을 비롯한 혈압약, 항생제, 결핵약 등 많은 의약품들이 이처럼 습기에 약하다.

약효가 빠르게 감소하거나 변질되는 약들도 PTP 포장을 한다. 이런 약을 공기 중에 방치하면 색깔이 변하고, 떡처럼 물러진다.

일본의 스미토모 베이크라이트는 시트를 얇게 하면서도 외부 환경으로부터 약을 보호하는 PTP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200~300㎛의 시트 두께를 줄이면서 빛과 자외선, 산소를 차단하는 3중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알약을 쉽게 빼내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PTP 의약품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능은 약사들도 원한다. 약을 조제할 때 PTP에 들어있는 약을 일일이 빼내야 하는 약사들에겐 이런 작업이 만만치 않다. 이 회사는 꺼내기 쉬우면서도 약을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올레핀계 수지시트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쓰비시 케미칼은 최근 최고 수준의 방습성을 가진 폴리염화비닐리덴(PVDC: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계열의 시트를 개발했다. 기존 제품은 1㎡의 시트를 투과하는 습기가 0.21g 이상이었지만 이 제품은 0.13g에 불과하다.

새롭게 개발되는 PTP는 환자 보호기능도 추가하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포장지째로 약을 복용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국내 소비자원에 보고되는 사례만도 년 20~30여건에 이른다. 포장재가 딱딱하고 날카롭다보니 인후는 물론 위장관을 손상시켜 내시경으로 제거해야 한다.

스미토모 베이크라이트는 쓴맛이나 매운맛을 내는 필름이나 잘못 먹더라도 내장을 손상시키지 않는 부드러운 시트를 선보였다.

미츠비시 케미칼 역시 경쟁적으로 식물 유래 수지를 개발했다. 이 같은 소재의 변화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환자 안전면에서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PE층 사이에 소취층을 만들어 보관시 냄새가 배지 않도록 하는 시트도 개발됐다.

일본의 경우 PTP 사용은 매년 늘어나 전체 의약품 포장재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등 선진국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포장재 개발이 돈이 된다는 것이다. 스미토모 베이크라이트의 한 임원은 “해외 제약회사는 포장재의 기능보다 낮은 가격을 우선시하고 있어 아직은 일본시장을 겨냥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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