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교 기자
  • 입력 2021.04.17 00:25

'수암 바이오테크 연구재단' 한국서 서비스 제공…대리출산견 학대·유기견 입양 기회 저해 '우려'

(사진=비아젠 펫츠 홈페이지 캡처)
개 CHLOE(왼쪽)와 CHLOE의 복제견 ZOE. (사진=비아젠 펫츠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조영교 기자] 국내 반려동물 가구가 1000만에 육박했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 칭할 만큼 동물은 사람에게 가족과 똑같은 존재가 됐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자며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이다. 

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훨씬 짧다. 가장 흔한 반려동물인 강아지의 평균수명은 대형견이 10살 내외, 소형견은 14살 내외다.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약 15년 정도다. 따라서 대부분의 반려인은 반려동물과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의 저자 세르주 치코티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는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와 같은, 여자는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고 반려동물과 영원히 함께하고자 키우던 반려동물을 복제하길 원하는 반려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복제 '클로닝 서비스'…개 6000만원, 고양이 3000만원 

클로닝(Cloning)은 DNA 조각이나 세포 등을 복제하는 과정을 말한다. 클로닝 서비스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유전자 복제 전문 업체인 '비아젠 펫츠'에서 처음 등장한 반려동물 복제 서비스를 일컫는다. 

비아젠 펫츠에 따르면 복제에 드는 비용은 개는 약 6000만원, 고양이는 약 3000만원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비아젠에서 반려동물을 복제하기 위해선 약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수요가 높다. 

동물을 복제하기 위해선 우선 복제하고자 하는 동물로부터 체세포를 채취한다. 대리출산을 할 동물의 난자를 채취해 핵을 제거하고, 채취했던 체세포를 삽입한다. 체세포가 삽입된 난자에 전기 자극을 주면 수정란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다시 대리출산을 할 동물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복제 동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복제된 반려동물의 모습과 신체 능력 등은 기존 개체와 비슷하다. 다만 성격과 기질은 유전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요소로부터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복제를 원했던 반려동물과 모든 부분에서 똑같은 복제동물이 탄생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가수 겸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자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두 마리의 복제견(사진 속 바브라의 양 팔에 안겨있는 두 마리)을 키우고 있다. (사진=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페이스북 캡처)
미국의 가수 겸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자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 두 마리의 복제견(사진 속 바브라의 양 팔에 안겨있는 두 마리)을 키우고 있다. (사진=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페이스북 캡처)

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반려견 '벤지'도 복제 

반려동물 복제는 더 이상 드라마,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한다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수암 바이오테크 연구재단'에서 반려동물 복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의뢰는 외국에서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가수 겸 배우로 유명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14년간 자신과 함께하던 반려견이 2017년 세상을 떠나자 죽은 반려견을 복제한 복제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 역시 자신이 아꼈던 반려견을 복제했다. 포메라니안 품종의 '벤지'라는 개였는데 이 회장은 벤지의 체세포를 충남대 김민규 교수팀에 전달했고, 2010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복제됐다. 

수십 편의 영화와 TV에 출연한 중국의 스타견 '궈즈'의 주인도 지난 2018년 궈즈의 복제를 의뢰했다. 궈즈의 배에서 피부 샘플을 채취해 DNA를 분리한 뒤 난자를 수정시키고, 이후 수정된 난자를 대리견의 자궁에 이식해 복제견 '지지'가 태어났다.

유명인, 유명 반려동물이 아닌 일반 반려인들도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미국 켄터키에 사는 케이티 라이더는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반려견 '헤이즐'을 복제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헤이즐의 피부세포를 모아 배양하는 과정 등을 통해 복제견을 탄생시켰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부부 알리샤와 데이비드는 래브라도 종의 반려견 '마리'가 지난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마리를 복제하기로 했다. 부부는 마리의 복제견 '지기'를 키우며 "이제 우리 자녀들이 자라면서 마리에 대한 기억 그 이상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기사 내용과 사진 상관없음. (사진제공=언스플래쉬)
기사 내용과 사진 상관없음. (사진제공=언스플래쉬)

한 마리 복제하는 데 최소 10마리 대리출산견 필요…윤리 문제 제기

반려동물 복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엄청난 상실감,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며 반려동물 복제를 지지한다. 

반려동물 복제는 인간이 느끼는 상실, 아픔 등을 치유한다는 이유로 이뤄지고 있지만 생명 윤리, 학대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동물을 복제하기 위해선 난자를 제공하는 수많은 동물이 필요하다. 특히 반려동물 복제 의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의 경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수많은 세포 중 극히 일부만 성공한다. 복제견 한 마리를 만들기 위해 최소 10마리의 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생명이 아닌 기계처럼 소모되는 대리출산견에 대한 학대 문제도 있지만, 유기견·유기묘 등과 같은 간접적인 피해도 우려된다. 국내에선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 동물이 발생하는데 반려동물 복제가 많이 이뤄지면 유기동물은 그만큼 입양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복제해 보니 기대한 만큼 닮은 복제견이 나오지 않으면 그 실망감에 유기동물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유기된 동물도 포화상태"라며 복제가 아닌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길 권하고 있다.

모든 반려인은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오랜 기간 함께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절대적인 자연의 섭리다. 반려동물과 헤어지면 큰 상실감을 느끼겠지만 내 기쁨을 위해 복제 동물을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이냐를 놓고 근본적으로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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