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5.04 12:18

고대의대 안암병원, 초고위험산모에 '자궁외 치료(EXIT)' 성공 사례 보고

쌍둥이 엄마와 안기훈 교수(오른쪽)
쌍둥이 엄마와 안기훈 교수(오른쪽)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목에 혹이 있는 쌍둥이를 태반이 연결된 상태로 자궁 밖에서 응급치료하는 ‘EXIT(Ex Utero Intrapartum Treatment)' 사례가 보고됐다.

고려대의대 안암병원은 쌍둥이 중 한명의 목에 거대종괴가 있는 초고위험쌍둥이를 분만 과정에서 기도삽관을 통해 살려내는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쌍둥이를 임신한 A씨는 그 중 한 명의 목에서 5㎝의 혹이 발견됐다는 지역병원 검사결과를 가지고 임신 29주째 안암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2주 뒤인 임신 31주차에 진통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대로 출산하면 혹이 있는 아이는 분만 후 숨을 쉴 수가 없어 곧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

산부인과 안기훈 교수는 EXIT 시술을 계획했다. 자궁에서 아이를 꺼낸 뒤 태반이 연결된 상태에서 기도삽관을 이용해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혹의 위치나 크기 등 시술과정에서 기도삽관을 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두경부외과 백승국 교수가 옆 방에서 응급수술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만실에는 안기훈 교수와 백승국 교수 외에도 신생아 전문의인 소아청소년과 허주선, 조한나 교수, 그리고 마취통증의학과 최성욱 교수, 영상의학과 오세린 교수, 유성혜 교수 등 각 분야 전문의 일곱 명이 투입됐다.

문제는 분만과 시술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산소공급을 받지 못한 채 마취제 영향을 많이 받은 두 아이 모두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허주선 교수의 능숙한 시술로 빠른 시간 내에 기도삽관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즉시 산소공급을 받은 신생아들은 안전하게 분리됐고, 엄마는 출산의 기쁨을 맛보았다. 혹이 있는 신생아는 두경부외과 백승국 교수에게 정밀검사와 필요시 혹 제거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안기훈 교수는 “혹이 있는 아이가 위치상 먼저 나와 나중에 분만할 아이까지 마취제 영향을 과하게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다학제팀의 협업으로 큰 탈 없이 분만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허주선 교수는 “혹이 기도를 누르고 있어 기도삽관이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기도삽관 성공으로 조기에 심박수와 호흡이 안정돼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암병원은 2019년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기관으로 선정돼 고위험산모 대상 강좌, 지역병의원과의 긴밀한 협력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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