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숙영 기자
  • 입력 2021.05.12 04:55

희소성·유일성 있다면 투자 가치 기대…온라인 가상공간산업 급격 성장 예상

NBA톱샷(사진=NBA톱샷 홈페이지 캡처)
NBA톱샷에서는 미국프로농구 경기 장면을 NFP 형태로 사고 판다. (사진=NBA톱샷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이숙영 기자] 지난 3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아내인 그라임스는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그림을 경매에 내놓아 20분 만에 약 65억원을 벌었다. 디지털 아티스트인 '비플'이 만든 비디오클립 NFT는 약 74억3000만원에 팔렸다. 이 작품의 당초 판매 가격은 약 7500만원이었다. 

이처럼 예술계에서 NF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작품을 거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NFT는 온라인 게임, 스포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을 뜻하는 NFT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토큰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가상세계와 블록체인 등에 대한 관심과 함께 NFT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지난 2월 발표된 논펀지블닷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NFT 시장 규모는 2년 사이 8배 증가했다. 지난 2018년 약 461억원(4096만달러)에서 2020년 약 3805억원(3억3803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르브론 제임스 슬램덩크 영상 20.8만달러 거래

NFT가 상용화된 첫 사례는 게임으로 지난 2017년 출시된 가상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에서 활용됐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고양이를 모으고 교배시키는 수집형 게임에서 각각의 고양이는 NFT화되어 일련번호를 부여받았고, 유저들은 암호화폐로 이를 사고 팔았다. 

국내에서도 NFT를 게임에 적용하려는 바람이 불고 있다.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 위메이드트리는 자체 발행한 블록체인 플랫폼인 '위믹스'에서 올해 상반기 내 NFT 거래소를 제공한다. 출시 준비 중인 '크립토네이도 for WEMIX'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NFT 활용이 시작되며 거래를 지원하게 된다.

이어 하반기에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 메인넷'에서 NFT를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게임 아이템 형태의 NFT 뿐만 아니라 디지털 예술 작품, 수집품의 소유권 증명 등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한 광범위한 NFT 거래를 지원한다.

블록체인 기반 사용자 제작 게임 더 샌드박스도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협업해 NFT 서비스를 공동 전개한다. 제페토는 사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소셜 활동을 즐기는 플랫폼으로 현재 글로벌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더 샌드박스는 제페토 테마의 독점 NFT를 제작해 판매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NBA(미국프로농구) 경기 장면을 NFT로 파는 'NBA 톱샷'이 성과를 내고 있다. NBA 톱샷은 6개월 동안 약 2251억원(2억 달러)의 매출을 내며 스포츠에서 NFT를 활용한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소속 르브론 제임스의 슬램덩크 영상이 2억3500만원(20만8000달러)에 팔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한국프로야구 스타들의 NFT 기반 디지털 카드가 발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대호, 양의지, 박병호 등 프로야구 선수들의 NFT 카드도 곧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패션 업계에서도 NFT를 기반으로 패션쇼를 여는 등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일 어린이날에는 국내 최초로 NFT를 적용한 3D 가상패션 전시회가 열렸다. 패션 아티스트 김주연은 이번 컬렉션에서 원단, 패턴, 봉제, 피팅 등을 모두 3D 그래픽 기술로 작업한 다섯 점의 패션 작품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위메이드트리의 NFT 마켓에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제공=위메이드트리)
위메이드트리의 NFT 마켓에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제공=위메이드트리)

◆희소성·유일성 갖는다면 무엇이든 가능  

NFT는 기존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원본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예술품은 인터넷에서 무한대로 복제가 가능하지만,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작품은 세상에 하나만 존재한다. 즉 인터넷 상에서 아무리 작품을 복사하더라도 NFT가 적용된 것을 원본이라고 보는 것이다. 작품 모나리자를 촬영하거나 복사해 여러 곳에 활용하더라도 실제 원본은 하나인 것과 같다. 

NFT는 희소성을 가진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적용 가능하다. 예술품을 비롯해 게임 아이템, 스포츠 물품, 음반 등 다양한 제품부터 SNS에 올린 게시글까지 NFT를 활용해 사고 팔 수 있다. 

NFT는 가상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 주로 투자의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미 온라인 상에서 공개 돼 복사, 공유가 가능한 NFT 작품의 소유권을 소비자가 큰 돈을 들여 구매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오르는 예술 작품처럼 NFT의 가치 또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작성한 한 줄 짜리 '최초의 트윗' 소유권이 한화 약 33억원에 낙찰됐다. 비플의 작품 '매일: 처음의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은 약 780억원에 낙점됐고, 10년 전 유행했던 고양이 영상의 원작자가 올린 리마스터링 원본은 6억6000만원에 판매됐다. 

이에 더해 메타버스와 같이 현실과 가상세계가 혼합되고, 가상세계가 무한대로 확장되면 가상 공간 속 NFT는 실물 예술 작품과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될 수 있다. 

댄 캘리 논펀지블닷컴 최고경영책임자는 "NFT는 더이상 투기적인 자산이 아니며 유용성과 가치가 성숙하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며 "아직 NFT 시장은 초기 산업이지만 미래에 새로운 경제모델을 창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니아 이바노바 아뜰리에 최고운영책임자는 "현실과 가상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앞으로 온라인 가상 공간 관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20년 후 다가올 가상 공간의 모습과 함께 NFT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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