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6.02 17:45

이재명, 인천 계양을 당선으로 8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 높아

지난 5월 31일 민주당 지도부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역광장에서 열린 '서울 대승리, 믿는다 송영길!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 31일 민주당 지도부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역광장에서 열린 '서울 대승리, 믿는다 송영길!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민주당의 분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도부 공백 사태 속에서 물밑 헤게모니(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지도부 총사퇴 의사를 밝히며 "대선과 지선에 대한 평가와 전당대회를 준비할 당의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중앙위원회를 통해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르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부터 짚고 가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새 지도부 선출 시점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대선 두 달 만에 이재명 상임고문과 송영길 전 대표가 나란히 등판한 것을 핵심 선거 패인으로 규정하고 '이재명-송영길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전해철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서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었다"며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변명과 이유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민주당의 모습과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홍영표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한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민주당은 당원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재창당의 각오로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이재명계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완패를 계기로 오히려 당내 세력 교체를 도모하는 원동력으로 전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원내에 입성한 이재명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당내 헤게모니가 재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 상임고문의 길을 열어주려는 분위기가 읽혀진다.

이재명계 수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과 질책에도 반성과 혁신을 못한 우리들의 잘못"이라며 "국민들께서 다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놓으셨다"고 해석했다. 

이어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되새기는 기회였다. 국민들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면서도 "지금부터이다.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 국민들이 어떻게 하나 보고 있다"고 피력했다. 

'선당후사'를 내세우면서 단합을 강조한 것이지만 속내는 이재명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단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른 정치세력의 부상을 견제하고 제어하려는 주장이기도 하다. 

'친문' 성향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김동연의 극적 승리는 이재명과 차별화하면서 가능했다"며 "법인카드 의혹 철저 조사와 김포공항 이전 사전조율 입장에서 사실상 이재명 발(發) 이전 반대를 내세워서 가능해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김동연의 당선은 이재명과 무관하다. 오히려 이재명 때문에 위기를 맞이했지만, 김은혜의 재산 신고 과정에서 불거진 막판 실수로 전세가 역전된 것"이라며 "김동연은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지 않았다. 온건하고 합리적 이미지로 중도층을 흡수했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다. 이재명과 데칼코마니로 선거운동을 했던 송영길의 참패를 잊지말라"고 쏘아붙였다. 

이미 대선 이후 지방선거가 곧바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의 대선 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는 계파 갈등의 향배를 가르는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인천 계양을 당선으로 원내에 진입한 이후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채이배 민주당 비대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많은 분들이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냐라고 예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당초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도전을 놓고 지역연고가 없는 출마인데다가 대선 패배후 반드시 거쳐야하는 것으로 인식돼 온 반성과 성찰을 위한 휴식기를 거치지 않은 점을 감안, 자칫 이 후보만 살아남고 당은 패배하는 최악의 사태를 염려하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이 후보가 이런 전후좌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은 국회 입성이란 목표를 이룬뒤에는 다소 무리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8월 전당대회를 통한 당권 장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잖다.    

​이는 새롭게 선출될 차기 당 대표가 2024년 4월에 치러질 22대 총선의 공천권 행사와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권 쟁탈전이 표면화되면서 이재명계와 친문·이낙연계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만일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당권을 거머쥐게 될 경우 확실한 비주류로 추락하게될 친문 세력이 집단적으로 탈당 결행에 나서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결국, 2024년 22대 총선 공천을 앞둔 시기가 민주당이 분당이란 최악의 사태로 갈지 여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면 평소 성향으로 봤을 때 철저히 친명계 인사들에게만 공천을 줄 확률이 적잖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민주당이 끝내 분당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면 현재는 다소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부터 복귀하게 될 것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양산의 사저에서 팔장을 낀 채 관망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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