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12.25 06:00

전국적 재난 발생으로 플랫폼 영향력 확인…'카카오 먹통 방지 3법' 통과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에 불에 탄 채로 남아 있는 비상축전지. (사진=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계정 캡처)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에 불에 탄 채로 남아 있는 비상축전지. (사진=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계정 캡처)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지난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그곳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던 카카오의 서비스가 먹통 상태에 이르면서 단순한 화재에서 전국적인 재난상황으로 번졌다. 

카카오가 멈춰 서자 모바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게 된 상황이 발생했다.

월간 사용자 4750만명인 '카카오톡'과 이에 기초한 카카오T,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같이 생활에서 자주 쓰던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카카오톡과 가게판매정보서비스(POS) 기계를 연결해 배달 앱으로 들어오는 주문을 처리하던 소상공인도 피해를 입었다.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한 공공서비스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앱이 장애를 겪어야 했다. 국민비서 '구삐'는 알림을 카카오톡 대신 다른 채널로 보내야 했다.

같은 곳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던 네이버는 뉴스·쇼핑 등의 일부 기능에서 오류가 있었지만, 주요 서비스와 기능 대부분이 20분~12시간 이내 정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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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 있었던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오류 메시지. (사진=카카오톡 화면 캡처)

하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톡, 카카오T,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포털 다음 등에서 최대 127시간 33분간 장애를 겪어야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갔다.

카카오는 피해접수를 시작했다. 10월 19일부터 11월 6일까지 받은 피해 접수에 10만5116건이 들어왔고, 이 중 유료서비스에 대한 피해는 1만4818건이었다. 금전적 피해를 거론한 무료서비스는 1만3198건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정작 중요한 서비스 안정화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역설적으로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초연결의 기반인 플랫폼의 안정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부실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과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입법 규제에 나서려고 했다.

카카오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계속해서 거세지자 여야는 지난 8일 데이터센터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카카오 먹통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카카오 먹통 방지법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의 일부개정안'으로 이뤄져 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재난관리기본계획에 포함되는 주요 방송통신사업자 대상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와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포함하며, 재난관리계획 내용에 IDC 보호에 관한 사항을 추가했다. 대상이 되는 사업자는 법률에 따라 매년 1년 이상 정부의 지도와 점검을 받아야 하고, 지도·점검에 필요한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황과 원인, 응급조치 내용과 복구대책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를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법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 이행 현황 관련 자료, 트래픽 양 현황을 과기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의 개정안'은 카카오처럼 IDC를 임차해 사용하는 사업자도 장애에 대비해 보호조치를 해야 하며, 현장에서 재난·재해 상황이 발생하면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네트워크 시설을 임차해 쓰는 업체가 즉시 과기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명시했다. 

이 같은 내용의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며 우리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사회적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기 위한 한 발짝을 내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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