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06 17:20

산업부, 제조기업과 '수익 공유' 비즈니스 모델 정립 지원

(그림=전문무역상사 홈페이지 성공스토리 캡처)
(그림=전문무역상사 홈페이지 성공스토리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 에스엘에스컴퍼니(대표 김수경)는 붉은 대게, 바지락, 굴, 고등어, 방어, 삼치, 김 등 국산 냉동수산가공품을 아시아, 북미, 유럽 등 40여개국에 수출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자사 브랜드와 해외 온라인 수출 시장 개척을 통해 2021년 매출을 1년 전보다 2배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한국산 게살을 프랑스 파리에 있는 '르꼬르동 블루'에 식자재로 납품했다. 이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어업 방식 인증을 뜻하는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인증 컨설팅으로 동해안 홍게살 수출을 대행하는 등 한국 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해외마케팅을 진행했다.

#2. 케이인터내셔날(대표 이근수)는 36개국에 자동차 부품을 전문적으로 수출한다. 초기에는 중남미 지역 애프터마켓을 주로 공급해오다가 해외전시회 참가를 통해 바이어로부터 신뢰를 쌓으면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로 수출 대상국을 넓혔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 부품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K-AUTO PARTS', 'KORECAR'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했다.

(그림=전문무역상사 홈페이지 캡처)
(그림=전문무역상사 홈페이지 캡처)

에스엘에스컴퍼니와 케이인터내셔날의 공통점은 정부가 인정한 우수 전문무역상사라는 점이다. 종합무역상사 제도가 2009년 폐지된 이후 정부는 2014년 수출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간접수출 지원과 신시장 개척, 신제품 발굴을 목적으로 대외무역법을 고쳐 전문무역상사 지정제도를 도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전문무역상사 지정식 행사를 갖고 냉동수산제품 1233만달러 어치의 수출을 대행하고 국제 인증, K-FISH 인증 획득을 지원한 에스엘에스컴퍼니와 자동차부품 1155만달러 수출을 대행하고 자체 브랜드로 러시아와 중남미 시장에 진출한 케이인터내셔날에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표제공=산업통상자원부)
(표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되면 2년간 단기수출 보험료 40% 할인, 단기단체보험 보험료 50% 지원, 수출신용보증(선적 이전) 한도 1.5배 확대, 해외 바잉오퍼 연간 4000건 제공, 해외 바이어 신용조사 연간 10회 무료 제공, 국내 주요 전시회 무료 출입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무역협회 회비를 완납하면 무역기금 지원, 국제출원비용 지원사업에서 우대를 받는다.

(표제공=산업부)
(표제공=산업부)

문제는 전문무역상사가 2018년 240개사에서 2022년 330개사로 늘어났지만 수출 대행액 규모는 60억달러 이하에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57억달러에서 작년에는 55억달러로 줄었다. 

여기에는 수출수익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초기 수출에 성공하면 제조기업이 전문무역상사를 배제하고 해외 바이어와 직거래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산업부의 분석이다. 전문무역상사의 역할과 효과에 대해 제조기업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낮은 것도 이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다른 이유다.

(표제공=산업부)
(표제공=산업부)

한국이 수출을 늘리려면 중소·중견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최근 3년간 지정된 전문무역상사의 50%는 수출금액 500만달러 이하의 기업이었다. 취급품목에서 산업재 비중(20%)이 가장 높고 화장품·생활용품(17.8%), 식품(16.3%) 화학공업제품(16.1%) 순이다. 제조기업이 전문무역상사의 네트워크를 활용, 수입국 기호에 적합한 신상품 개발에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산업부가 이날 내놓은 전문무역상사 활성화방안은 제조기업과 전문무역상사의 개별 전문성에 기반을 두고 동반성장할 수 있는 수출환경을 조성한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수출 확대의 첨병이자 무역셰르파인 전문무역상사를 올해 170개사를 신규 지정, 역대 최다인 500개가 전문무역상사로 활동하게 된다. 작년 330개사에서 51.5% 늘어난 것이다. 이들을 통해 올해 수출대행규모를 작년 55억달러에서 70억달러로 27% 늘리기로 했다.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된 기업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지정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는 조치가 주목된다. 전년 수출실적(50만달러 이상) 및 중소·중견기업 생산 제품 수출(20%이상) 기준 등 자격평가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어려운 수출여건을 감안해 수검 부담을 과감히 없앤 것이다.

전문무역상사 지정 기준 중 하나인 '재외동포로서 전년도 한국제품 구매실적이 100만달러이상인 자'중에서 구매실적이란 표현을 수입실적으로 고치기로 했다. 이미 해외 현지에서 팔리는 한국제품을 산 경우에도 실적으로 잡히는 문제를 제거한 것은 뒤늦었지만 올바른 결정이다.  

전문무역상사가 제조기업과 함께 장기적으로 같이 성장하도록 제조기업 지분투자, 수출계약별 프로젝트, 수출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계약 등 다양한 수출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 정착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제조기업의 투자유치 상담회와 법률 자문, 성공보수 특약 계약서 가이드라인, KOTRA를 통한 대형 수출프로젝트 발굴 등에서 정부가 돕겠다는 뜻이다. 기술개발 또는 상품개발 초기 단계에서 전문무역상사의 컨설팅이나 투자를 받은 기업에 대해 수출지원사업에서 우대한다는 조치도 제대로 진행된다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표제공=산업부)
(표제공=산업부)

현지 지사화 사업 수행기관에 전문무역상사를 추가한다는 방침도 관심을 끈다. 대기업 전문무역상사는 현지 유통망 활용 지원, 바이어 관리, 현지 시장성 테스트 등을 통해 수출초보기업에 지사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전담직원의 담당 기업수를 최소화하고 지원서비스 품질을 높인 '프리미엄 지사화 사업'에서 전문무역상사 우대를 통해 마케팅 지원을 강화한다. 독자적인 물류센터 구축이 힘든 중소·중견 전문무역상사의 애로를 감안, KOTRA에서 계약한 현지물류창고를 공동이용할 경우 국비에서 70%를 지원한다. 다양한 우대를 통해 전문무역상사의 기를 살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출 확대의 첫 단계는 전문무역상사의 잠재 고객을 찾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업종별 협회와 단체, 산업단지공단, 지자체 등과 협업해 내수 또는 수출초보기업을 발굴, 온라인에서 전문무역상사와의 연결을 돕기로 했다. 전문무역상사 홈페이지에 제조기업과의 매칭을 위한 전용채널도 새로 만든다.

제조기업이 산업재에 전문성을 지닌 대기업 전문무역상사와 협업하면서 기존 소비재 위주로 진행된 해외동반 판촉전 대상 품목을 넓히려는 시도도 의미가 있다. 올해 신규 지정된 NH농협무역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포함, 5개사가 내수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공동 수출마케팅에 나선다. 전문무역상사와 관련된 법령을 고쳐 지원기반을 확충하고 유관기관과의 협력망을 강화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후속 조치가 빈틈없이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수출 감소세를 반등시키는 것은 당면한 국가적 과제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2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초로 지난 6월 11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폭을 점차 늘려가고 수출도 증가세로 전환시키려면 보다 공격적인 수출전략 입안과 실행이 절실하다. 산업부가 전문무역상사 제도를 재정비하기로 결정한 것도 수출품목 다변화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무역상사 CI (사진=전문무역상사 홈페이지 캡처)
전문무역상사 CI (사진=전문무역상사 홈페이지 캡처)

전문무역상사는 수출초보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돕기위해 만들어졌다. CI도 이런 취지를 담고 있다. CTC (Certified Trading Company)라는 문자를 이용, 제작됐다. 기업과 기업간의 공정성 있는 거래, 전문무역상사를 통한 국내와 해외의 교차점, 지구 등을 의미한다.

수출초보기업들은 해외마케팅에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무역상사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수출에 요구되는 국제인증이나 온라인 홍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직원 역량 향상 투자를 통해 회사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우량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해외는 물론 국내 기업과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전문무역상사의 충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크다. 기량이 뛰어난 운동선수도 코치로부터  정기적으로 점검과 지도를 받는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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