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4.02.27 17:49

강남3구 '국민의힘 절대 우세지역' 아냐…강남을·서초을, 21대 총선서 '신승'

윤재옥(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윤재옥(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의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남 등 전통적 우세지역에서 '국민추천제 방식'으로 후보를 추가 공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자, 지역 정가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국민추천제 방식'은 국민의힘 우세지역인 강남 3구 선거구에 국민이 추천하는 후보를 추가 공모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재 강남 갑·을·병과 서초을 공천이 보류된 상태인데, 이들 지역에 기존 공천 신청자 외에 후보를 추가로 추천받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존 공천 신청자들의 반발이 일어날 소지도 있고, 강남 3구 전체가 우세지역도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남 등 우세지역 공천에 대해 "어느 지역구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지만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며 "국민추천제도 검토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공약 발표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격전지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사랑해 준 곳(우세지역)이라면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분들을, 국민의 시각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공천관리위원회가 갖고 있단 얘기를 들었다"고 거들었다.

한 위원장은 "저희가 비교적 확률 높게 승리해 온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처럼 개인적인 관계나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의해 사람을 배치할 수도 있지만, 그 선택권을 국민과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을과 강남병 선거구는 각각 박성중 의원과 유경준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서초을에는 비례대표인 지성호 의원과 영입인재인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공천을 신청했고, 강남병에는 유경준 의원 외에 이인실‧이지영‧도여정‧신연희‧김창훈‧김민경 예비후보가 경쟁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지역구에 대한 공천 발표를 뒤로 미루다가 당초 예정에도 없던 국민추천제로 전환한다면, 기존 공천신청자들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지역 정가는 보고 있다. 

아울러 강남 3구 선거구 중에서도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강남 3구 모든 지역이 국민의힘에 '절대 우세지역'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강남갑의 경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58.40%를 얻어 김성곤 민주당 후보를 18.77%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강남병은 유경준 의원이 65.38%를 획득해 33.57%를 득표한 김한규 민주당 후보에 31.81%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즉, 강남갑과 강남병은 과거 선거 사례로 봤을 때 한동훈 위원장의 언급대로 '비교적 확률 높게 승리해 온 지역'이 맞다. 

하지만, 강남을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50.94%를 얻었지만 전현희 민주당 후보도 46.41%를 득표해 불과 4.53%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서초을의 경우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53.66%를 얻어 박경미 민주당 후보를 8.65%포인트 차이로 힘겹게 이겼다.

특히 서초을 선거구는 2016년 이후부터 국민임대주택이 약 6000세대 이상 들어섰고, 40~50대 직장인이 많아 서초갑과는 달리 야권 성향이 강해졌다는 게 지역 정가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서초을은 인지도가 상당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제 서초을은 여당에 결코 만만한 지역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런 서초을 선거구에 국민의힘이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게 되면 자칫 본선에서 국민의힘이 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국민추천제를 통해 추천된 후보들이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조직력을 갖추고 지역민심을 다져온 현역 의원을 상대로 경선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서초구의 경우 2권역(경선방식)으로 묶여 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조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서 조직을 갖추지 못한 국민추천 후보가 전략 공천된다면 강남 3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서초을의 경우 꾸준히 표밭을 일구어 온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정가의 분석이다. 

아울러 보수성향의 지역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서초을에 인위적인 낙하산 공천을 자행할 시,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서초을 지역에서 20여 년을 살아왔다는 박모 씨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초을 지역이 아무리 보수정당의 텃밭이라고 해도 이 지역에 착근하지 않은 후보를 국민의힘에서 낸다면 홍익표 후보에게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초을 주민들 특유의 자존심 같은 게 있는데,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정치인이 아닌 자를 전략공천하면 지역주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서초을 주민들은 대부분 보수성향이라서 지역에 뿌리박지 않은 국민의힘 후보가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면, 쉽게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찍어주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투표 포기하고 놀러갈 사람도 적잖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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