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꼭⑥] 저출산 이어지면 2060년 인구 반토막…국가 소멸 막을 '브레이크'부터 찾아야

박선권 "현금 지원 현저히 부족한데다 구조적 불평등 심해…스웨덴·독일·일본·프랑스 정책 본받을 때

2021-08-19     허운연 기자
대한민국의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도무지 저출산의 늪에서 탈출할 기미가 보지 않는 상황이다. (자료제공=네이버지도, 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1. 결혼 5년 차에도 자녀 생각이 없는 한 부부는 "모든 것은 결국 돈 문제"라며 "아이가 생기면 더 큰 집으로 가야하는데 집값을 보면 청약 당첨 외엔 방법이 없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줄 수 없는데 과연 낳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구심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2. 7살 남자 아이 한명을 키우고 있는 부부는 "결혼 전에는 2명까지는 출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여건이 안 된다"며 "아이가 조금 더 커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야 둘째 애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내년 3월 9일 실시될 예정이다. 신정부는 저출산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할 과제를 짊어지고 출발한다.

저출산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부른다. 장기적으로 노동력 감소에 따른 소비시장 축소, 경제 성장률 저하 등을 일으킨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 나라가 유지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 소멸 위험을 '도시전설'이라면서 결코 웃어 넘길 수 없는 입장이다.

15년간 300조 쓰고도 인구 자연감소 발생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7월 "2060년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 학령인구, 현역입영대상자 수 등 국력을 상징하는 인구 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할 수 있다"면서 "노년부양비는 현재보다 4.5배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정부 장관도 6월 23일 페이스북에 '인구지진, 에이지퀘이크를 대비하는 법'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특단의 대응이 없을 경우 우리나라는 2030~2040년부터 인구절벽에 따른 에이지퀘이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계청이 2019년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보면 2100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2497만명으로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저출산은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해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했다. 다만 최근 15년간 3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성과를 창출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출생아가 사망자가 보다 적어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까지 발생했다. 2020년 출생아 수는 사상 최초로 20만명대를 기록했다. 2002년부터 2016년간 40만명대가 유지됐던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35만7800명) 30만명대로 떨어진 뒤 2020년(27만2400명)에는 3년 만에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올해도 20만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누적 출생아는 11만5391명으로 1년 전보다 4443명(-3.7%) 적은 수준이다. 사상 최소가 예정된 상태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상회하면서 연간 최초로 인구 자연감소도 발생했다. 올해도 5월까지 출생아 수가 11만5391명으로 사망자(12만8215명)보다 1만2824명 적은 상황이다. 

OECD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0명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0명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1년 전보다 0.08명 줄면서 역대 최소에 그쳤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 수준으로 본다.    

대한민국 출생아 수 및 합계출산율 추이. (자료제공=통계청)

한국의 상황은 일본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2020년 일본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34명 수준이다. 총 출생아 수는 84만명으로 통계를 시작한 1899년 이래 가장 낮았다. 다만 산술적으로 보면 일본 인구는 1억2605만명으로 우리나라(5182만명)에 비해 2.4배 이상 많은데 비해 출생아 수는 3배 이상 많다. 일본의 저출산 배경에는 비혼주의, 육아 부담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혼 주 연령층인 30대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결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등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주거비나 고용 등 결혼 관련 경제적 여건도 변화하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는 가뜩이나 힘든 출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결혼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경우가 많았다. 결혼이 줄면 출생아 수는 당연히 감소하게 된다.

지난해 결혼은 21만4000건으로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인구 1000명 당 혼인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4.2명까지 줄었다. 

올해도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1~5월 혼인 건수는 8만30건으로 1년 전보다 1만2063건(13.1%) 감소했다. 올해 9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은 "거리두기가 강화된 채 지속되고 있는데 단계가 빨리 내려가길 바란다"며 "출산은 커녕 결혼식이라도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내년 월 30만원 영아수당 신설…'5대 시그니처 과제' 시행

악화되는 저출산에 대해 현 정부가 대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범정부 인구정책TF를 꾸려 초저출산율 제고, 인구감소시대 경제·사회의 적응력 강화를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첫만남 꾸러미(300만원), 영아수당 신설(월 30만원), 부부 육아휴직 활성화(동반 휴직시 최대 300만원) 등 저출산 대응 '5대 시그니처 과제'를 통해 청년층에게 4년간 약 9조5000억원의 지원이 이뤄질 계획이다. 

다만 저출산 대책은 일단 '백약이 무효'인 상태이다. 지난해에만 저출산 극복을 위해 37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지방자치단체 예산까지 더하면 무려 45조원의 재원이 저출산 극복에 소요됐지만 획기적인 성과를 찾기는 힘들었다.

홍 부총리는 "인구문제는 3~4세대에 걸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즉각적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며 "출산의 경우 여성의 사회진출,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에 대한 선호 등 가치관 변화 등이 모두 녹아있는 인생 최대의 결정이기에 단순히 경제적 인센티브 하나로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뚜렷한 상과 창출에 실패했다고는 하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막중하다. 

진화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출산과 결혼은 개인의 선택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사항이지만 국민의견 수렴을 통해 출산·양육과 관련한 여건을 촘촘히 구축하고 개인 또는 부부가 출산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기 위한 자신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연구원 조사 결과에서도 정부의 대응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다소 높게 나타났고 돌봄과 소득보장의 모든 문항에서 정부의 역할이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체계적인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상황은 브레이크가 없는 급행열차를 탔다. 완벽한 '저출산 해결'이라는 단기 처방은 없다. '소멸'이라는 종점에 다다르기 전에 지연시키면서 '선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저출산 극복은 일자리·주거·소득 관련 사회안전망 구축과 교육개혁 등이 뒤따라야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구 1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OECD국가 가운데 최근 20년간 합계출산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스웨덴, 독일, 일본, 프랑스는 높은 수준의 현금보조 지원, 양육비 부담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정책이 뒷받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국가들의 저출산 지출 중 현금보조 비중은 39.9%(한국 14.3%), 국공립취원율은 57.2%(한국 21.9%), 노동유연성 점수는 66.5점(한국 53.0점)으로 한국보다 크게 높았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출산 예산을 많이 쓰고도 출산율이 안 늘어난다고 하는데 아동수당 등 현금지원의 경우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한국은 지원도 현저히 부족하고 구조적인 불평등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혼과 출산은 소득분위에 따라 반비례하고 있는데 이러한 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가족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삶의 안전성 회복이 같이 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의 질 자체가 좋아져야 한다. 사회가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패자가 되면 재기할 수 없다"며 "교육에서부터 일자리로, 나중에는 주거와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은 "향후 저출산 대응은 국민의 정책수요인 고용, 주거, 사교육에 대한 사회구조적 대응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고용형태에 따른 소득 및 안정성에서의 차별 해소, 주택가격 하향 안정화, 불공정 경쟁으로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사교육 규제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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