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2800억원 통신비 절감 효과 '알뜰폰'…사업자들은 "전파료·도매대가에 생존 위기"

2025-11-26     박광하 기자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이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알뜰폰 사업 현황과 최근 처한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광하 기자)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알뜰폰(MVNO)사업자들이 가입자가 올해 6월 1000만명을 돌파하며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파사용료 부담 증가와 도매제공대가 인하 어려움 등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25일 서울 중구 명동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업 현황을 공개했다.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이날 "2011년부터 시작된 알뜰폰은 올해 6월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었다"며 "전 국민의 약 20%가 알뜰폰 통신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뜰폰은 국민 통신비를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월평균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가 약 3만5000원인 데 비해 알뜰폰은 약 1만6000원 수준으로, 가입자 1명당 월 약 1만9000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조2800억원에 달한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알뜰폰 정책은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라며 "소비자에게 40~50% 수준의 가격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알뜰폰사업자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협회 회원사 18곳 기준으로 지난해 알뜰폰 사업 수익률은 1.5%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가운데 대기업은 2023년부터 전파사용료를 100% 부담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은 올해부터 20%를 부담하기 시작했다. 중소사업자는 내년 50%, 2027년 100%를 부담할 예정이다. 협회는 전파사용료를 100% 부담할 경우 연 3.9%로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알뜰폰 사업자가 도매제공대가로 이동통신사에 지불하는 비용에 이미 전파사용료가 포함돼 있다며, 전파사용료를 100% 부담하게 되면 중복 부담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수익배분 방식의 도매대가는 소비자에게 받는 요금의 일정 비율(평균 50~55%)을 도매제공대가로 지불하는 구조다.

올해부터 도매대가 협상 방식이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바뀌면서 실질적인 대가 인하도 어려워졌다. 협회는 지난해까지는 정부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와 협의해 도매제공대가를 결정했지만, 올해부터는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협상해야 한다며 "협상력이 약한 상황에서 정부가 조정하던 만큼의 대가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3사가 최근 자급제 중심의 저가 요금제(SK텔레콤 에어, KT 요고, LG유플러스 너겟)를 출시하면서 알뜰폰사업자와의 경쟁 또한 심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7기가바이트(GB) 요금제를 정상가 2만9000원에 출시했으며, 포인트 혜택을 모두 받으면 5000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알뜰폰의 7GB 요금제는 1만5000~6000원 수준이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방지를 위한 투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협회 회원사들은 2023년 382억원, 지난해 425억원을 금융범죄 방지 및 콜센터 상담품질 제고에 투자했다. 가입자당 연간 비용이 4671원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 8월까지 모든 사업자가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을 받아야 하며,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 등 추가 투자도 예정돼 있다. 이 모두가 알뜰폰사업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협회의 우려다.

협회는 올해 알뜰폰사업자들의 적자 기조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사업 지속성이 심히 우려된다며, 알뜰폰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자체 노력과 함께 전파사용료, 도매대가 등에서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알뜰폰 사업 환경이 상태로 계속 가면 문을 닫는 사업자가 많이 생기게 되고,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올해 6월 서울 서대문구 골든타워 1층에 알뜰폰스퀘어플러스를 설치했다. 현재 가오픈 상태로 운영 중이며, 조만간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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