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2.07 15:36

부채질로 바람을 일으켜 불을 더 잘 지피는 행위가 선동(煽動)이다. 우리말 쓰임새도 잦은 단어다. 원래는 가볍게 밀어 젖히는 작고 가벼운 문을 가리켰던 글자가 扇(선)이다. 우리는 보통 사립문으로 으뜸의 새김을 말한다. 그러나 장식을 단 작고 가벼운 문이 원래의 뜻이었다고 보는 게 좋다.

그런 작고 가벼운 문은 나중에 ‘부채’라는 뜻도 얻었다. 문의 모양새와 손에 쥐고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가 닮은꼴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다시 불을 가리키는 글자 火(화)를 붙여 다시 만든 한자가 煽(선)이다. 그러니 뜻은 분명하다. 불길을 더 살리기 위해 바람을 보내는 동작이다.

남을 어떤 의도에 맞춰 움직이도록 부채질하는 일이 선동이다. 바람을 일으켜 불을 더 잘 타게 하듯이, 어떤 정보나 의도 등을 사람 마음에 던져 움직이도록 하는 행위다. 결코 좋은 의도는 아니다. 따라서 선동이라는 낱말은 매우 음울한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서북 지역의 언어에서 이 글자는 ‘말 잘 하는 사람’의 새김을 지닌다고 한다. 세 치 혀를 교묘하게 놀려 남을 움직이고 들뜨게 만드는 사람의 능력이다. 그렇듯 제 의도에 따라 남을 부리게 하는 동작은 빈번하며 그 피해 또한 잦다.

선동과 같은 맥락의 단어는 적지 않다. 선혹(煽惑)이라고 하면 남을 부추겨서 의혹을 더 부풀리는 일이다. 다중(多衆)을 대상으로 이런 행위를 일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선유(煽誘)도 마찬가지다. 부추겨서 꼬드기는 일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다.

선양(煽揚)도 비슷한 흐름이다. 부추겨서 일으키는 일이다. 선란(煽亂)은 부추겨서 어지럽히는 동작, 나아가 선동 등으로 혼란을 부르는 일이다. 사람의 정서에 ‘부채질’을 함으로써 소기의 결과를 얻으려는 일은 선정(煽情)이다. 보통은 성적인 주제로 남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행위에 쓴다.

흥분을 유도하는 악기 중의 하나가 북이다. 보통은 鼓(고)로 적는 이 북은 전쟁터에서 공격을 알리는 신호를 낼 때 많이 썼다. 그만큼 사람의 용기를 부추기는 악기다. 고무(鼓舞)는 북을 치며 춤을 춰서 남들에게 용기 등을 내도록 하는 행위다. 고동(鼓動)은 북 소리처럼 울리는 심장 박동, 나아가 그렇게 남을 어떤 동작으로 이끄는 일이다.

책동(策動)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앞 글자 策(책)은 원래 말에게 가하는 채찍의 새김이다. 따라서 채찍질로 말을 움직이게 만드는 일, 나아가 남을 부추기는 행위 등의 뜻을 얻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책략(策)으로 남을 꼬드기는 일로 풀 수도 있다.

교사(敎唆)도 새길 만하다. 부추겨서 유인하는 행위다. 사주(使嗾)와 같은 뜻이다. 꼬여서 시키는 일이다. 범죄의 구성에서 직접 행동에 나선 이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받는 쪽이 바로 교사범(敎唆犯)이다. 남을 꼬드겨 범죄를 시키도록 한 행위를 더 괘씸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종용(慫慂)은 위의 단어들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다. 권하고 달래는 일이다. 반드시 나쁜 짓으로 남을 이끌지 않는다는 점이 차이다.

이제 마구 번져왔던 정치적 사태의 수습과 수렴이 필요한 때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인들을 말을 삼가고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촛불로 번진 민심의 분노는 충분히 드러났다. 선동과 선정으로 그에 부채질을 하는 일은 국난과도 같은 지금의 상황을 더욱 혼란으로 이끌 수 있다. 멈출 때 멈출 줄 아는 知止(지지)의 지혜가 필요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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