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2.16 15:52

글자 그대로 풀면 겨울(冬)의 하늘(天)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하늘’이 날씨를 가리키기도 해서 보통 ‘겨울 날씨’ 아니면 ‘겨울’ 자체를 말할 때도 있다. 요즘 중국에서는 춘하추동(春夏秋冬) 지칭 뒤에 고루 이 天(천)을 갖다 붙여 계절 그 자체를 지칭한다.

지구에서 겨울이라는 계절을 맞는 곳의 기후 특성은 대개 비슷하다. 춥고 쓸쓸하다. 태양이 먼 거리에 놓임으로써 기온이 내려가고, 식생(植生)들은 생존을 위해 여름 내내 키웠던 잎사귀를 떨어뜨린다. 그러니 겨울의 풍경은 대개 비슷하다. 땅은 얼고 식생은 헐벗는 모습이다.

겨울의 어원은 확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개 ‘겻다’라는 말에서 나왔으리라 추정한다. 조금 생소한 말이지만 요즘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계시다’라는 말에 주목하면 궁금증이 다소 풀린다. ‘(~에) 있다’는 말의 높임말이다. 따라서 한자로 적는다면 在(재)다.

한 어원 풀이를 참고하자면 ‘계집’은 ‘겻다’와 ‘집’의 합성이라고 추정한다. 집에 있는 사람을 여자로 지칭했다는 풀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올케’를 풀기도 한다. 여기서 ‘올’은 사내 친족인 오라비, 그에 ‘겻다’에서 유래한 ‘계집’이 붙어 올케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겨울을 가리키는 한자는 매우 풍부하다. 우선 삼동(三冬)이라는 말이 먼저 눈에 띈다. 각 계절을 맹중계(孟仲季)로 나누는 방식에서 얻은 이름이다. 초겨울은 맹동(孟冬), 가운데는 중동(仲冬), 늦겨울은 계동(季冬)이다. 구동(九冬)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 달에 이르는 겨울날을 십일씩 아홉으로 묶은 이름이다.

날씨가 추워서 얻은 이름인 엄동(嚴冬)은 잘 알려진 별칭이다. 그에다가 눈까지 겹쳐진 추위를 덧대면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추위가 심해진 겨울을 일컫는 말은 융동(隆冬)이다. 막바지 겨울, 또는 궁핍해진 겨울이라는 흐름에서 궁동(窮冬)이라는 말도 나왔다.

겨울의 색조를 굳이 일컫는 글자가 있다면 玄(현)이다. 음양오행의 구별에서 등장하는 색조다. 겨울은 방위로서는 북(北), 음양으로서는 음(陰), 오행으로서는 물(水)이다. 그 색조가 검은색인 玄(현)이라는 나눔이다. 그래서 겨울 별칭에는 이 글자가 자주 등장한다.

우선 현동(玄冬)이라고 적으면 겨울 자체를 가리킨다. 계절은 갈마듦이다. 그래서 차례대로 번을 갈아든다는 뜻에서 序(서)를 내세우는데, 겨울은 바로 현서(玄序)다. 현음(玄陰)도 겨울의 음양오행 상의 속성을 들어 표현한 별칭이다. 검은색의 어둠을 강조한 현명(玄冥)도 같은 맥락이다.

태양이 머무는 땅의 위치를 표현한 때는 북륙(北陸)이다. 계절의 끝이라는 뜻에서 적으면 궁절(窮節)이다. 겨울이 춘하추동의 사계절에서 끝에 해당한다고 봤을 때다. 한천(寒天), 한절(寒節) 등의 명칭은 겨울날의 추운 날씨를 가리키면서 등장한 이름들이다.

겨울은 가끔 따뜻할 때도 있다. 한반도의 겨울은 특히 추운 날씨가 사흘 이어지다 따뜻한 날이 나흘 이어지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올해 겨울은 늘 추운 상한(常寒)으로 번질 듯하다. 엄동(嚴冬)에 융동(隆冬)과 궁동(窮冬), 그래서 모두 어두운 겨울 현동(玄冬)일 듯하다. 국내외로 맞는 환경이 다 엄혹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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