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2.26 15:22

죄를 지으면 갇혀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 법치(法治)의 틀이 세워진 뒤에 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죄를 지어 갇히는 사람은 죄인(罪人)이자 범죄인(犯罪人), 그가 갇히는 곳은 감방(監房)이자 감옥(監獄)이다. 죄인이 갇히는 곳의 별칭은 적지 않다. 형무소(刑務所)도 한 예에 해당한다.

요즘은 구치소(拘置所)와 교도소(矯導所)가 자주 쓰이는 말이다. 유치장(留置場)도 비슷한 맥락에서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나중에 선을 보인 단어들이다. ‘감옥’이라는 말 자체도 출현은 퍽 늦다. 중국에서는 청(淸)나라 이후에야 비로소 지금의 뜻으로 나타난다.

죄지은 사람 가두는 곳이 감옥이다. 그런 뜻으로 가장 먼저 출현하는 단어는 圜土(환토)다. 흙벽으로 둥글게 두른 형태를 ‘둥글다’는 뜻의 圜(환)으로 적었다. 그러나 전설 시대에 해당하는 夏(하)나라 때 등장하고 있어 실재했는지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음에 출현해 가장 일반적으로 쓰였던 죄인 가두는 장소가 영어(囹圄)다. 죄지은 사람 가두고 그 행동을 제약(制約)한다는 의미에서 생긴 글자라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그 ‘외양간’을 가리키는 한자 牢(뢰)도 나중에 감옥을 뜻하는 글자로 발전했다. 말을 가두어 기르는 圉(어)라는 글자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고 보니 가축 기르는 곳에 죄 지은 사람을 가두는 게 관행이었던가 보다.

獄(옥)은 주로 일반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송사(訟事)를 뜻하는 글자다. 그러다가 다툼에 이은 구금(拘禁) 등의 의미를 얻어 지금의 監獄(감옥)이라는 단어로 발전했을 것이다. 이 글자 역시 한자의 세계에서 대표적으로 ‘죄인 가두는 곳’을 가리킨다.

그러나 監獄(감옥)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뜻으로 쓰이기 전에는 원래 관아(官衙)의 당직실이라는 뜻이었던 듯하다. 그런 기록이 명(明)나라 때 나온다. 그러나 관공서 당직실에 왜 監獄이라는 글자가 붙었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다. 訟事(송사)로 관아를 찾은 사람들을 당직실에 머물게 하면서 감시(監視)했다고 해서 그랬을지 모르겠다.

請室(청실)이라는 말이 흥미를 끈다. 한(漢)나라 때 등장했다. 죄 지은 관리들을 가두는 곳이다. 앞의 請(청)은 ‘권하다’ ‘청하다’의 새김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깨끗이 하다’의 淸(청)과 통한다는 설명이다. 죄를 지은 관리를 가두고 자백하며 용서를 구하라고 만든 감옥이다. 관료 우대의 전통이 엿보이지만, 죄는 같이 다뤄야 마땅한데….

그러나 다 예전의 언어다. 요즘 우리가 쓰는 말의 경중(輕重)을 가리자면 유치장, 구치소, 교도소 순일 테다. 유치장은 경미한 범죄에 해당하는 구류형(拘留刑) 또는 경범죄를 지은 사람, 임시로 보호조치가 필요한 사람을 제한적으로 가두는 시설로 경찰서나 경찰청 등에 만든다.

그보다 무거운 죄를 저질렀으나 아직 형을 확정하지 못한 사람을 가두는 시설이 구치소다. 역시 죄질과 형량을 확정하지 못한 구속수사나 구속 재판을 받는 사람이 머무는 장소다. 법으로 정하는 구속기간이 보통은 14개월을 넘지 못하는 까닭에 그 기간에만 구치가 가능하다.

1960년대까지 재판을 통해 징역형이 정해진 사람은 형무소라는 곳에 들었다. 그러다가 일제의 잔재라는 지적도 있어 그를 교도소로 고쳐 불렀다. 교도(矯導)라는 말에 담긴 뜻이 ‘고쳐서 바로 이끌다’다. 범죄인을 정상인으로 교화하는 교정(矯正)의 뜻을 품은 단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절차의 시작을 부른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 최순실이라는 여인이 결국 국회를 어둡고 스산한 감옥으로 불러들였다. 청문회 출석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국회 청문회가 최 여인이 갇혀 있는 구치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은 그를 ‘감방 청문회’로 명명하고 있다. 지적받는 혐의를 이제는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 때에 이르렀으나 그에 조금도 협조할 생각이 없는 피의자의 태도가 가증스럽다. 결국 그에 따라 ‘감방’에까지 찾아간 국회 청문회가 진상을 밝힐지도 매우 불투명하다.

준비가 부족해 판을 마련해두고서도 범죄의 의혹을 제대로 못 가리는 국회의 청문회도 답답하지만, 일말의 양심도 저버리고 꼭꼭 숨어대는 피의자들이 이제는 원망스럽다. 어두운 구석에서 펼쳐지는 ‘감방 청문회’ 때문에 망가지는 것은 나라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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