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남상훈기자
  • 입력 2015.11.18 16:56

<사진출처=중국 신화왕 홈페이지>

'중국축구 사상 최악의 치욕, 누가 이 지경까지 몰락하게 만들었나"   

중국 신화통신의 수석축구기자 정다오진이 17일 홍콩에서 열린 중국과 홍콩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취재하고 쓴 기사의 제목이다. 

홍콩보다 한수위로 평가받는 중국팀은 지난 9월 대륙에서 열린 홍콩과의 1차전에서도 0-0 무승부를 기록, 망신을 당했다.

13억 중국인들은 이번 만큼은 월드컵 그라운드를 누비는 오성홍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또 벌어진 참패같은 경기에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150홍콩달러(약 2만3000원)인 입장권 가격이 1900홍콩달러(약 30만원)에도 못살 정도로 불붙었던 열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중국의 그 많은 언론매체에서 이날 경기 기사는 쉽게 찾지 못할 지경이다. 이어지는 축구쇼크에 대륙이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번 경기는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정치적으로 하나의 국가인 두 팀의 맞대결에 세계 각국에서 취재진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단순한 스포츠경기가 아니라 중국이기를 거부하는 홍콩과 '축구굴기'에 목매는 중국의 대결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홍콩에서는 2017년 치러질 홍콩 행정장관 선거 문제로 중국 정부와 홍콩시민 사이에 강력한 대치가 있었다. 행정장관 후보자 선정에 중국 정부가 사실상 개입할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지면서 홍콩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중국의 직간접 개입으로 무너지면서 홍콩인들의 대륙반감은 깊어졌다.

홍콩을 품으려는 중국과 중국을 떠나려는 홍콩 사이의 미묘한 기운이 축구경기에 함축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축구인프라 측면에서도 이번 무승부는 기적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축구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월드컵 개최까지 꿈꾸며 가용자원을 모두 쏟아붓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축구개혁 종합방안'을 내놓고 축구계의 구조적 수술을 해왔다.     

최고지도자의 염원에 눈을 맞춘 마윈, 왕젠린 등 유명 기업인들은 축구시장에 상상이상의 투자를 진행중이다. 허난성 소림사의 무술학교에서는 최근 '소림축구'기지를 열어 3만5000여명의 유소년 선수를 양성한다.

물적, 양적 투자를 총동원중인 대륙에 반해 홍콩은 인구 700만의 중국내 한 행정구역에 불과하다. 이번 무승부를 기적이라고 평하는 이유다. 중국은 홍콩과의  두차례 '0' 경기로 꿈에 그리는 '월드컵꿈'은 한발 더 멀어졌다.

한 중국 전문가는 "개혁개방 이후 경제, 정치 등 모든 방면에서  좌절을 모르고 쾌속 질주하던 중국이 '축구'로 인해 중국몽(중국의 꿈)과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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