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7.01.12 13:26

[뉴스웍스=최안나기자]고공행진을 지속하던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 풀 꺾였다. 부동산 경기 악화 전망이 커지는데다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6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한달 전에 비해 3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전월 증가액보다 5조3000억원 줄어든 것이며 지난해 2월(2조9000억원)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작은 폭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크게 줄었다. 작년 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33조원으로 한 달 사이 3조6000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2015년 12월(6조900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량 감소,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 규모가 많이 축소됐다"며 "앞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11월에는 향후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저렴한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선수요'가 많아 12월에는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작년 말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나머지 대출잔액은 174조2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2000억원 줄었다. 직장인들이 연말 상여금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작년 한 해 은행의 가계대출은 68조9000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액이 사상 최대치였던 2015년(78조2000억원)보다 9조3000억원 줄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작년 2월부터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지만,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의 대출은 작년 한해 12조9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증가 폭이다. 종전에는 2015년 8조원이 가장 많았다. 생계비와 주거비 마련 등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4조9000억원으로 한달 사이 15조원 감소했다. 한은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2010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 감소 폭이다. 대기업 대출잔액이 154조7000억원으로 9조2000억원 줄었고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590조2000억원으로 5조8000억원 감소했다. 한은은 기업들이 연말에 부채비율 관리 등을 위해 일시에 대출금을 많이 상환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61조원으로 5000억원 늘었다. 은행의 수신 잔액은 1471조8000억원으로 9조원 늘었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연말 재정집행자금과 가계자금의 유입으로 23조5000억원 늘었지만, 정기예금은 지방정부의 자금 인출 등의 영향으로 12조6000억원 줄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469조3000억원으로 16조원 줄었다. 머니마켓펀드(MMF)가 12조9000억원, 채권형 펀드가 3조5000억원 각각 감소했고 파생상품 등 신종펀드는 2조7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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