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1.12 13:05

[뉴스웍스=김벼리기자] ‘역대급’ 피해를 남기고 차츰 진정세를 보이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안성시 안성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의 분변시료를 정밀 검사한 결과 H5N8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앞서 전국을 뒤흔들었던 바이러스인 H5N6형과는 다른 유형이다. 방역 당국은 AI 확산 양상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H5N8형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달 안성천에서 H5N8형이 나온 적이 있다. 또한 지난 2014년과 2015년 유행했던 AI가 바로 이 H5N8형이었다.

<사진출처=YTN>

◆ H5N1, H5N6, H5N8…다 같은 AI 아냐?

여기서 궁금증 하나. H5N6, H5N8 등은 모두 AI인데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새로운 유형에 이토록 예민한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AI 자체의 특성에 있다.

AI는 끊임없이 변종 바이러스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변종들은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다. 따라서 항체, 백신 등 면역 시스템이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특효약이 되기도,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통틀어 AI로 묶을 뿐이지 사실상 전혀 다른 바이러스들인 셈이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은 “H5N1형 바이러스만 해도 족보를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많다. 2014년에 등장한 H5N8, 올해 나타난 H5N6 바이러스도 서로 전혀 다른 아종(亞種)”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중국, 베트남, 라오스에서는 H5N6형이, 한국에서는 H5N8형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17명이 감염, 이중 10명이 숨졌으나 한국에서는 감염자조차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방역당국이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 등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지난달 20일 H5N8가 처음 발견됐을 당시 정진석 질병관리본부장은 "H5N6와 H5N8이 동시에 대유행을 일으키면 (변이가 일어날)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 H5N8과 H5N6 특성은?

그렇다면 H5N8와 H5N6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선 잠복기를 보면 H5N8형이 H5N6형보다 상대적으로 길다. H5N8형의 잠복기는 최대 21일로 알려졌다. 3~7일 정도인 H5N6형보다 많게는 7배까지 길다. 특히 잠복기에 따라 감염 증상이 드러나는 시기 또한 결정되기 때문에 H5N8형은 H5N6형보다 확산범위가 넓다. 2차 감염 가능성 또한 높다.

그렇다면 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어떨까. 세부적으로는 이견이 있으나 두 바이러스 모두 인체 감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실제 감염 사례는 있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한 AI도 H5N6였는데 17명이 감염, 그 중 10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반면 비슷한 시기 같은 유형이 확산한 국내에서는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다르며, 감염된 조류와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 한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감염된 사람의 대부분은 조류와 직접 접촉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도 있었다.

이번에 재발견된 H5N8도 마찬가지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H5N8은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낮은 고위험성 AI의 아형 중 하나다.

정진석 질병관리본부장은 "H5N8의 유전자 일부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인체감염 증가, 항바이러스제 내성 관련 유전자 변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 2014년 진행한 동물실험결과에서도 유전자 변이는 없었다"며 "병원성도 낮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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