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2.14 15:56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정치권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을 재추진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전월세상한제 등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한 차례 논의된 바 있으나 당시에는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 전월세 전환율을 높이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마련하는 쪽으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20대 국회가 개원하며 더불어민주당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당론으로 공식화하고 입법 발의 절차에 돌입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해당 제도가 주택 임대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며 정부가 개인 간의 사적 임대계약에 대해 직접적인 가격 통제를 가하는 제도라는 주장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법안 개정을 놓고 정치원이 공방을 벌어져, 실제로 해당 제도가 도입될 시 커다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쟁점 1. ‘계약 갱신청구권’

14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는 오는 20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전월세상한제’는 단번에 수천만원씩 올라가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전세와 월세 상승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현재 대략 전월세 상한을 연간 5% 이하로 묶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뜨거운 감자’는 바로 ‘계약 갱신청구권’이다. 이는 2년의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난 뒤, 한 번 더 2년의 전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집주인을 강제하는 제도다. 임차인은 현재 2년 단위로 내쫓기는 위험에 노출돼 있어 이들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거권의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영선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현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단위의 전세 계약 갱신을 1회에 한해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이 재계약시 전세금을 5% 초과해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집주인은 함부로 전세금을 올릴 수 없고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세입자를 내쫓을 수도 없게 된다.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들이고 싶어도 임차인이 재계약을 요구할 경우 2년은 더 살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외에도 윤영일 의원의 발의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 권한을 2회 허용해 최장 6년간 거주가 보장되도록 했다. 또 김상희 의원은 2년 단위의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을 아예 3년으로 연장하고 1회의 계약 갱신권한을 부여해 총 6년간 거주하도록 하는 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쟁점 2. 제도 도입 전 임대료 폭등 가능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임대기간이 연장되고 전월세 상한제로 인상률이 제한되면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 전에 너도나도 전셋값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의 경우 그 해 전셋값이 17.5%, 이듬해인 1990년에는 4개월간 전셋값이 20.2% 뛰는 등 평균 16.8% 폭등한 바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계약 시점에 미리 임대료를 올려 받아 단기간에 집주인들이 전월세 임대료를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현재 뉴스 테이 등을 중심으로 저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임대주택 확대 정책에도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금의 인상률을 통제할 경우 전세가 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월세 상한제로 인해 5%로 인상률이 제한되면 집주인들의 수익이 떨어져 인상률 제한이 덜할 것으로 보이는 월세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처럼 전세가 소멸돼가는 과도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월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목돈이 적은 신혼부부 등은 전세를 깔고 월급을 모아 내집마련을 해야 하는데 월세 비용 지출이 커지면 내집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대료 통제 등으로 집주인들이 임대사업 의지가 줄어들 경우 주택 구매의욕 감소와 주택거래 침체로 이어지고, 결국 민간영역의 임대주택 감소로 이어져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쟁점 3. 임대인 '재산권침해' VS 임차인 '주거권보호'

전반적으로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월세 상한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적 계약에 지나친 개입으로 인해 임대시장 불안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중 해당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전월세 상한제를 헌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헌법 재판소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의 보장은 재산권의 자유로운 처분의 보장까지 포함한 것이다’라고 판시한 것을 인용해, 임차인에게 임대차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계약 갱신청구 인정은 임대인의 자유로운 처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해당 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은 임차인의 주거권 보호를 주장한다. 전월세 문제는 주거 기본권에 대한 문제인데 최근 몇 년 간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고 있지만 주택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법은 ‘공정임대료 도입’이지만...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서구의 공정임대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부동산 전문가들도 일부 있다.

독일은 1년 단위로 임대료 인상분을 구체적인 금액으로 표시해 약정하는 ‘계단식 차임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 계단식 약정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는 ‘유사차임방식’이 적용된다. 임대료 인상 시에 비교 임대료표, 차임데이터 베이스, 감정평가사의 감정서 등을 기준으로 지자체 등이 유사임대료의 범위를 규정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러한 전월세 가격 조사 시스템 등의 조사 체계가 구축돼있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전월세 상한제 관련 제도들을 시행하되, 중장기적으로 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언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2년간 해당 제도가 시행되는 동안 필요한 시스템을 구차적으로 구축하고 임대료 이의조정기구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전월세 임대를 이용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계약 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이후 적정 차임 결정을 위한 공정 임대료 제도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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