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2.17 10:30
<사진=YTN 영상 캡쳐>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이재용 삼성잔자 부회장이 17일 새벽 전격 구속됨에따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소한 간접적인 압력은 충분히 작용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며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및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사유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유죄판결시 형량은 낮지만 박 대통령에게 가장 치명적인 혐의는 뇌물 공여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공모자로 판단하는 만큼 이 부회장이 공여한 뇌물의 수수자로 박 대통령이 지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검은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과 후에 청와대의 특혜성 지원이 있었던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에 합병에 찬성하는 표결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언과 증거를 확보했다. 

또 합병이 성사된 이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해 매각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주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정황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으로의 길을 열기 휘해 금융위에 금융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일단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를 대부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함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박 대통령 대면수사 성사될까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번 비공개 대면조사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이유로 대통령 측에서 일방적으로 대면조사를 거부한 뒤에도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 측의 입장은 다르다는 기류를 여러 군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대통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대통령은 번번이 특검 수사를 피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는 지난 3일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를 들어 청와대 압수수색을 막았고, 지난 9일 특검과 합의한 대면조사도 ‘비공개’ 합의가 깨졌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압도적인 여론을 무시하고 특검의 요청을 거부하면 대면조사나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할 방안이 없다는 데 있다. 특검은 이미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행정법원에 청와대의 불승인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각하 처분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무리한 시도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특검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승인 혹은 특검법 개정안 통과로 수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대통령은 자연인 신분으로 특검 수사를 받게 된다. 이것은 대통령 측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탄핵심판에 영향 미칠까

이쯤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특검의 수사와 헌재의 판단은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특검은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고 최대한 협의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수사하고 있다. 반면 헌재는 박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기 적합한지 여부를 가리는 것을 목표로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헌재는 일종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는 국회 탄핵소추결의안에서 명시하는 탄핵 사유 중 한 부분이다. 여러 탄핵 사유가 종합적으로 고려돼 탄핵심판 결론이 나온다는 뜻이다. 헌재가 대통령이 삼성 측에 특혜를 제공한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포괄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 부회장 구속이 탄핵 인용 결정의 직접적인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 당시 탄핵심판 기록을 검토했는데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기준을 밝히면서 아주 명시적으로 예를 든 것이 대통령이 뇌물범죄를 저질렀으면 그 경우에 탄핵이 인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를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본다면 헌재가 탄핵심판을 인용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진행되던 날 헌재는 최종변론기일을 오는 24일로 제시했다. 이것은 헌재가 이번 탄핵심판과 관련된 맥락을 대략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 개연성이 인정된 것이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하나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분명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