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3.21 09:16

[뉴스웍스=이재아기자]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인한 산업 융·복합화 이뤄지면서 기업과 산업에 대한 기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 왔던 경제활동 부문과 산업의 구분이 점점 더 쓸모없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을 산업에 따라서 나누는 것은 명확해 보였다.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산업, 방송사는 미디어 산업, 통신사는 통신 산업으로 분류됐다. 기자들이나 애널리스트도 기업들을 이 분류에 따라서 구분해서 기사를 쓰고 평가하면서 시장에서의 가치를 매겨왔다.

하지만 이런 시대는 이제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애플은 테크 기업인가, 아니면 고급 시계를 만드는 회사인가. 구글은 검색 엔진 기업인가, 아니면 무인 자동차를 만드는 신생 제조 기업인가. 이 같은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한때 기업을 산업에 따라 나누는 것이 명확해 보였던 구분이 앞으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 자동차 메이커들이 애플을 두려워하고 있고, 유튜브, 넷플릭스, 그리고 아마존이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 시장을 위협하면서 산업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전통적인 산업 기준에 따르다가 혁신에 뒤쳐져 쓸모없어졌거나 뒤쳐진 기업들도 있다. 코닥이 대표적인 예다. 한 때 '필름의 대명사'로 불린 코닥은 130년 전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력 산업인 필름에 주력하다가 낭패를 봤다. 디지털 카메라라는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고 있는데도 자신의 것을 고집하다가 실패를 한 것이다.

코닥 뿐만이 아니다. 많은 전통적인 기업들은 너무 전통적인 산업 기준을 따르다가 시대에 뒤쳐졌다. 폴라로이드, 라디오 쉑, 보더스, 블록버스터 등 수많은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그럴 위기에 처해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업의 미래가 이들이 과거에 흥했던 주력 산업 분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분야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는데 있다.

최근 전통적인 기업들이 신생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아주 심각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기 시작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인 태그 호이어(Tag Heuer)가 구글과 협력한 것이 좋은 예다. 

문제는 아직까지 많은 전통적인 기업들이 여전히 신생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주력 분야를 무너뜨리는 일은 테크 분야에서나 일어날 일이라고 믿고 있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 회사인 애플이 이미 음악 산업과 통신 분야에 혁신을 가져왔고 이제는 시계까지 만드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기업 스스로가 산업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만 할 차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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