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남상훈기자
  • 입력 2017.04.10 13:43

[뉴스웍스=남상훈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감자, 출자전환 가액 조정, 출자전환 비율 조정 등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 인하, 만기 회사채 우선 상환 등의 조건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32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대우조선 정상화 계획 설명회'에서 "산업은행도 국민혈세 아니냐"며 "그동안 감자, 출자전환 등으로 국민혈세를 너무 많이 쓴 것은 아닌지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국민연금이 제시한 전체적인 채무재조정 방안을 조정하면 중심이 흔들린다"며 "수출입은행의 영구채 금리 인하, 회사채 투자자들에 우선 변제권 부여 등은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산은 최고위급이 직접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지만 기관투자자 쪽에선 팀장급 이하의 실무 직원들이 참가해 설명회가 무색해졌다. 이는 대우조선의 채무 재조정 협조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대우조선이 P플랜(Pre-packaged Plan)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은은 기존 채무재조정안에 따르면 출자전환 비중이 50%지만, P플랜시 90%에 달한다는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은은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가 보유한 회사채 50%를 3년간 상환 유예해 주면 만기 때 우선상환권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할 계획이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에 신규로 빌려주는 2조9000억원에 대해서만 부여된 우선상환권을 사채권자들의 회사채에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이 요구했던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기관투자자들이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은 이날 설명회에서 나오 내용을 리스크관리위원회 보고한 뒤, 11~12일경 투자위원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P플랜 준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세부 서류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른 정부 부처들도 P플랜 돌입 시 부작용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