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4.12 19:08

[뉴스웍스=한동수기자] 금융보안원장의 임금이 올랐다. 이제 설립 2년도 안된 사단법인이지만 성과급만 1억5000만원에 달했다. 기본급은 지난해 2억1000만원에서 올해 2억5000만원으로 20%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체감경기나 서비스업 임금상승률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임금상승률만 놓고보면 취임 1년을 보낸 허창언 금융보안원장이 지난해 대단한 경영성과를 냈음을 짐작할만 하다. 이같은 경영실적 평가는 회원사로 구성된 7명의 이사들이 뜻을 모아줬다니 더욱 믿음이 간다.

경영실적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 직장인들의 바람이다. 정당한 것이며 누구도 이의를 달 순 없다.

그런데 금융보안원 이사회와 허 원장은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쉽게 납득이 가지않는 잡음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200명의 직원들에게 소급 적용된 임금상승률은 1.6%였다. 노사간 합의에 의해 이뤄졌고 조직의 장(長)인 허 원장이 협상의 최종 당사자였다. 직원들의 임금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게 올려주면서 취임 1년만에 일궈낸 자신의 경영성과만 최고등급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이사회로부터 평가받은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이사회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허원장을 보좌하는 임원 중 한명은 기자에게 원장의 임금인상과 관련, 합리적인 결정이었음을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인상 깊은 대목은 지난 2015년 4월10일 금융위원회 산하의 금융보안연구원이 사단법인 금융보안원으로 변경되고 새롭게 설립되면서 원장의 임금이 많이 깎였다는 얘기였다.

즉 전신이었던 금융보안연구원 원장의 기본급이 2억9000만원이었으나 금융보안원으로 바뀌면서 원장의 기본급이 2억1000만원으로 8000만원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성과급도 높여주고 기본급도 올려 줄 필요성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2014년이후 생겨난 여러 국책기관이나 사단법인장의 임금은 전신보다 대부분 줄어들었다. 경기침체와 정부 부채가 늘어난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금융보안원처럼 원장들이 성과급 인상 방식으로 임금을 예전으로 되돌려놓고, 아랫사람들의 임금만 쥐어 짠다면 어떤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겠는지 묻고 싶다.

금융보안원이 설립될 무렵 정부에선 임금피크제와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법안만이 침체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해법인냥 요란스럽게 밀어붙였었다. 이 와중에 정부 산하 법인 수장이 경영성과 성적표를 들고 정관이 정한 최고액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24일 허 원장은 금융보안원장에 선임됐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끼리끼리 문화와 출신 문화를 과감히 버리고 ‘우리’문화를 만들어 가자”며 “임직원 모두 외형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융합된 조직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수십만원이 오른 직원들과는 달리 홀로 임금을 수천만원 올리면서 조직의 융합을 얘기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허 원장이 취임사대로 초심으로 돌아가고 잘못된 것을 제대로 고치면된다.

대선을 앞 둔 대한민국은 지금, 누가 말하지 않아도 새롭게 출발하자는 다짐을 하고 있다. 금융보안원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실수를 두 번 범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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