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7.03.05 11:07
<사진제공=우리은행>

[뉴스웍스=최안나기자] 지난해 말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이 올 하반기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 계획대로 가능할까.

시장에서는 우선 올 하반기 지주사 전환이 시간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가를 받는 데 통상 60일, 본인가 30일 등 총 90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회사 편입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과점주주와의 이해상충 문제, 예금보험공사 잔여 지분 매각 등 넘어야할 산이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상반기 중에 가능할까에 의문을 표시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 지주사 전환을 하려면 세부 작업들이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마쳐야 가능하지만 선결과제 해결이 만만치 않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 작업을 서두른다 해도 올 하반기에 예비인가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빨라야 내년 초쯤 본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금부담 해결이 최우선 과제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증권, 보험, 여신전문회사를 계열사로 둬야 한다. 우리은행은 현재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등 소수 자회사만 보유 중이다. 따라서 증권, 보험 등의 자회사 인수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런 자회사를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과 세금이다. 무엇보다 세금 부분이 걱정이다. 통상 금융회사는 지주회사 전환 시 새로 인수한 기업의 가치가 오르면 평가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새로 인수한 기업뿐 아니라 우리은행이 현재 보유한 우리카드, 우리종금 등을 분할하거나 합병 또는 분할 후 합병할 경우에도 세금을 내야 한다.

관건은 세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달려있다. 우리은행은 일단 지주회사 전환 시 주가가 올라 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등 5대 신성장동력을 살려 주가가 1만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주가 2만원, 시가총액 1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주가가 기대만큼 올라 주느냐에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후 자회사를 인수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원활한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세금을 줄일 수 있어서다.

◇과점주주 이해상충도 걸림돌

과점주주 집단경영의 이해상충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총 7개의 금융회사가 29.7%의 지분을 매입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6%)와 한화생명·동양생명·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유진자산운용(이상 4%), 미래에셋자산운용(3.7%)이 과점주주다.

이들은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주가상승에 따른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과의 협업으로 시너지 상승을 꾀하려던 계획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한화생명과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의 생각이 우리은행과는 정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우리은행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한화생명아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법인(우리소다라은행)을 통해 방카슈랑스 상품의 현지화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은행과 생각의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금융지주사 전환이 은행의 주가와 수익상승을 이끌어 중장기적으로 주주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주사 전환 시점·비용 등을 정하는 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말했다.

◇예보 잔여 지분 매각 여부도 변수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잔여지분(21.4%)을 언제 처분 하느냐도 지주사 전환에 중요한 변수다. 예보는 우리은행에 투입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 중 10조6000억원을 회수했다. 남은 2조2000억원을 거둬들이기 위해선 잔여지분 21.4%를 1만5240원 이상의 주가에 매각해야 한다.

예보의 빠른 지분매각을 위해 우리은행 조합원의 자사주 매입 등이 거론된다. 단기 주가 부양에는 우리사주의 주식매입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원들이 지난 2년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상승에 따른 이익을 거뒀으나 반복된 자사주 매입에 피로가 누적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상승을 이끌어 예보의 지분매각을 앞당기기 어렵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의 경영 참여 움직임도 예보의 지분매각에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이 소유한 우리은행 지분은 4.45%로 과점주주인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이 보유한 4% 보다 많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지마저 보인다. 주주들이 좋아하지 않는 대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가상승을 위해 우리사주에 자사주 매입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일부 과점주주들이 이를 좋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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