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기자
  • 입력 2017.05.04 09:32
서울시내 한 편의점의 맥주 진열칸. 아사히, 기네스 등 수입맥주를 4~5캔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소운기자>

[뉴스웍스=이소운기자] #대학생 A씨(21)는 요즘 수입맥주에 푹 빠져 있다. 아직까지 맥주 맛을 잘 모르는 그가 수입맥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수입맥주 값이 국산 맥주 값보다 싸다는 이유다. 과연 그럴까. 그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주로 산다. 편의점은 물론 대형 마트에서도 수입맥주를 1만원에 4~5캔을 골라 담을 수 있는 일은 이제 일상사가 됐다.

#회사원 B씨(45)도 최근 들어 수입맥주 팬이 됐다. 특히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회식이나 접대자리가 줄어들면서 부쩍 수입맥주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퇴근 후 홀로 술을 먹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가성비가 좋고 맛도 차별화된 수입맥주를 찾는 것이다. 20년 이상 맛들인 국산 맥주는 가끔 있는 모임에서 소맥을 할 때만 먹는 부속품으로 전락됐다.

수입맥주의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맥주 수입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제 관심사는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한 수입맥주가 올해 처음으로 20%를 넘을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맥주 수입량은 6933만5490리터로 전년 동기보다 57.9%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도 5만3404달러 어치가 수입돼 지난해 1분기 3만5209달러 어치에 비해 51.7% 늘었다.

맥주 수입량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혼술·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데다 차별화한 맥주 맛에 대한 수요도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맥주 수입량이 사상 처음으로 3억리터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만해도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 점유율은 3%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와 회식기피 문화가 확산되면서 혼술, 홈술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지난해 수입맥주 점유율은 10%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수입맥주에 대한 선호는 김영란법 시행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016년 4분기부터 맥주 수입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최근 5년간 연도별 맥주 수입량을 보면 2012년 7474만리터, 2013년 9521만리터, 2014년 1억1946만리터, 2015년 1억7091리터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것이 2016년에는 2억2055리터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편의점은 물론 대형 마트에서 수입맥주 판매 비중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1분기 전체 맥주 매출에서 수입맥주 비중이 51.5%를 기록해 국산 맥주를 처음으로 앞섰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속도라면 올해 처음으로 수입맥주 점유율이 전체 맥주시장의 2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을 갈구하는데 국내 맥주회사들은 소맥만 강조하며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음용문화의 변화를 반영해 소맥이 아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신제품을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맥주 맛으로 차별화하기 보다는 소맥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국내 맥주회사들이 안타깝다”며 “만약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국산 맥주를 마실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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