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5.08 09:00

[뉴스웍스=이상호기자] 5월 달력에는 온통 붉은 글자가 가득하다. 또 쉬는 날은 아니어도 마음으로 챙기고 신경 써야 하는 날들도 많다. 노동의 신성함을 기리는 근로자의 날부터 어린아이를 위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모든 것을 다 기념하고 챙겨야 하는 풍요로움이 가득한 달이다.

연휴가 많아 연차를 내고 여행을 떠난 사람도 많다. 하지만 또 다른 한켠에서 쓸쓸히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연고지와 멀리 떨어져 사는 직장인들 중에 근로자의 날,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대선일 등 휴일 가운데 놓인 평일 근무가 잡혀 가족과 만나지 못하고 홀로 머무는 ‘외톨이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5월 ‘징검다리 연휴’엔 2·4·8일에 연차를 쓰지 않으면 직장인들이 근무 지역을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연차를 사용하면 긴 연휴가 보장되지만 여전히 1일(근로자의 날), 2일, 4일, 8일(어버이 날)에 정상 근무하는 회사가 많아 장거리 이동을 포기하고 집에 머무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어버이날이다. 직장 근무로 어버이날 찾아뵙지 못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기념일이지만 홀로 쓸쓸히 보내야 하는 보모들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이다.

직장인 A씨는 “어버이날에 근무가 잡혀 다음 주말에야 부모님을 뵐 수 있을 것 같다”며 “직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크고 작은 기념일 챙기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앞에 있는 많은 휴일 가운데 하루를 택해 먼저 부모님을 찾아뵈면 된다. 하지만 어버이날 당일 남들은 다 찾아뵙는데 자기 혼자 찾아뵙지 못하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문제다.

직장인 B씨는 “어버이날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게 죄송하다”며 “무엇보다 이웃 자식들은 어버이날이라고 고향집을 찾는 것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자식을 그리워할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재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리 챙기면 되지 꼭 어버이날 쉬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날은 꼭 챙기면서 어버이날은 다른 날 챙기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뜩이나 효에 대한 의식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버이날 하루 만이라도 직장인들이 마음 편히 부모님을 찾아 뵐 수 있는 날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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