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기자
  • 입력 2017.07.12 10:47

박용진 의원 "이자가 원금 넘으면 채권소각 등 대책 마련해야"

<사진=Pixabay>

[뉴스웍스=허운연기자] 시중은행들이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연체 채무자를 상대로 매년 3만~4만명에게 채권연장을 실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은 채권·채무관계 첫 소멸시효인 5년에 더해 10년 연장, 10년 재연장 등으로 경우에 따라선 죽을 때까지 연체자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금융감독원에게 제출받은 '소멸시효완성채권 규모' 자료 분석 결과, 16개 국내 은행이 지난해 3만9695명의 대손상각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했다고 12일 밝혔다.

대손상각채권은 연체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 은행 장부에 '손실'로 기록되고 충당금을 쌓은 채권이지만 은행들은 빚을 받아내려고 소송을 제기해 시효완성을 미루고 있다.

시효가 연장된 대손상각채권은 2014년 3만3552명(원리금 1조1333억원), 2015년 2만9837명(7384억), 2016억 3만9695명(9470억원)이다. 올해는 1분기 만에 1만5459명, 원리금 3143억원에 대한 소멸시효가 연장됐다.

보통 10~20년이 지나도 채무자가 상환하지 않고 버티면 은행도 연장을 포기한다. 이럴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돼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죽은 채권'이라 불리는 포기채권은 2014년 1만3581명(원리금 3127억원), 2015년 1만394명(1606억), 2016년 1만1536명(1891억), 올해 1분기는 2801명(366억원)이다.

빚 독촉에서는 벗어나지만 은행들이 자행 전산에서 기록을 삭제하지 않기 때문에 연체기록이 남아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 은행이 시효 완성 채권을 소각해야만 정상적인 금용거래가 가능해진다.

은행의 소각규모는 2014년 1732명(원리금 174억원). 2015년 2131명(125억원)에 그쳤다. 특히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은행, 농협은행, 산업은행은 작년까지 소각이 전혀 없었고, 국민은행, KEB하나은행은 작년에야 처음으로 소각을 시작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매년 1000명, 40억원 규모로 꾸준히 소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은행들의 상황이 올해 바뀌었다. 2015년까지 사실상 전무하던 채권 소각이 지난해 2만9249명(5768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1분기는 9만943명(1조4675억원), 2분기는 1만5665명(305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소액·장기연체 채무의 과감한 정리'와 '죽은 채권의 관리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죽은 채권은 채무자 입장에서 사실상 갚는 게 불가능해진 빚으로, 올해 2분기 소각분 3057억 중 원금은 722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자가 2335억원으로 원금의 3배에 가깝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소액(1000만원 이하)·장기(10년 이상) 연체 채권뿐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 소액·장기 연체 채권까지 정부가 사들여 소각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주문했다.

박용진 의원은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죽은 채권 소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향후 저소득계층 차주의 상환여력을 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소액채권, 이자가 원금을 넘어선 채권 등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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