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안보 불감증인가, 학습효과인가?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취재노트
[취재노트] 안보 불감증인가, 학습효과인가?
  • 박경보기자
  • 승인 2017.08.10 13:57
  • 댓글 0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미국 일간지 로스엔젤레스 타임즈(LAT)는 9일 '한국인들은 놀랄 정도로 심드렁한 분위기'라는 제목으로 최근 북핵사태와 관련해 한국인들의 반응이 평온하다고 전했다. 전세계가 북한 때문에 난리법석인데 정작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당사국 한국은 의외라는 생각에서 보도했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신경전이 날로 격화되고 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김정은은 "정권의 종말과 국민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연일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은 1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한 전략군이 '화성-12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4발로 미군 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인접국인 일본도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 등 국제사회도 한반도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움직임을 보면 LAT보도에서 말해주듯 지극히 평온하다 못해 무감각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듯하다. 정부 고위관계자은 연일 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발표하지만 최근 북한의 행동에 대해 "북한내부 결속용으로 보인다"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들이고, 일반 국민들도 한편의 코미디(?)를 보듯 무덤덤하다.

전쟁은 인류의 끔찍한 참변이다. 우리국민뿐 아니라 세상 누구도 전쟁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예고가 없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기도 하고 전쟁은 예기치 못한 자존심에서도 발발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난 뒤 이성을 되찾고 보면 웃고 말 일들이지만 막상 전면전에 부딪치면 잔인한 인간들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전쟁이다.

일례로 지난 1969년 7월 '축구전쟁'으로 회자되고 있는 중미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전쟁도 친선 축구시합에서 비롯됐다. 온드라스에서 열린 1차전 때는 시민들이 엘살바도르 선수단 숙소앞에서 밤새 축제를 벌려 상대 선수의 잠을 설치게 해 온드라스가 승리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엘살바도르 측은 온두라스 선수단 식사에 설사약과 수면제를 섞어 제공해 엘살바도르가 승리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국제축구연맹(FIFA)는 3차전을 중립지대인 멕시코에서 개최했고, 연장전 끝에 엘살바도르가 3대2로 승리했다. 이에 온두라스는 국교 단절을 선언했고, 엘살바도르는 '네가 뭔데 우리 자존심을 건드리냐'며 공군을 통해 온두라스 수도 공군기지를 선제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이 전쟁은 7월14일 발발해 18일 정전 선언까지 약 100시간동안 이뤄진 짧은 전쟁이었지만 양국은 황량한 전쟁의 폐허를 맞봐야했다.

이처럼 전쟁은 애들 장난 같은 일에서도 올수 있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싸움(?) 같은 데서도 올수도 있다. 전쟁은 예고 없는 불청객이란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무덤덤하다.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했을 때로 시계를 돌려보자. 이 사건으로 우리는 2명의 군인과 2명의 민간인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군인 16명과 일반인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연평도 포격보다 더 당황스럽고 의아했던 것은 우리 국민들의 반응이었다. TV에 연평도 포격이 핫뉴스로 보도되고 포탄 잔흔이 비쳐지는데도 TV 오락 프로는 계속 방영되고, 긴급좌담이라는 프로는 안보전문가라는 패널들이 나와 마치 남의나라 얘기하듯 한가한 말장난(?)만 늘어 놓고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연평도 건너편인 인천 부두에서 말 그대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주민들이 몰려나와 마치 남의 나라 일인 양 포탄 떨어지는 장면을 마치 영화감상하듯 쳐다보던 눈길들이다.

정말 한국 국민들은 겁이 없는 것일까, 강심장일까, 아니면 심장이 고장난 것일까. 그 당시 LAT등 외신들이 취재했으면 이런 제목을 달지 않았을까.

안보는 너무 과민반응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도 사실 국가경제나 사회전반에 심대한 악영향 끼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도 나름대로의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정세를 놓고 펼쳐지는 미국과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의 긴박한 움직임과 대조를 이루는 전쟁 당사국인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LAT보도는 차치하더라도 평온함을 지나 너무 한가한 것은 아닐까?

아마 매일 TV에 반복되는 북한보도로 이제 '학습효과'를 거둔 국민들이 군사전문가로서 각자 나름대로 전쟁발발시 전략이 있는 것일까. 믿고 싶은 심정이다. 설마 안보불감증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

박경보기자  kyung2332@newsworks.co.kr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newsworks.co.kr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 보기

박경보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여백
핫클릭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중구 마른내로 140 서울인쇄정보빌딩 4층  |  대표전화 : 02)2279-8700  |  팩스 : 02)2279-7733  |  발행일 : 2007.7.26  |  등록연월일 : 2007년 7월 26일
발행인·편집인 : 고진갑  |  고충처리인 : 최석영  |  등록번호 : 문화 나 00011  |  사업자 등록번호 : 101-86-20550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진갑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아-04459  |  인터넷 신문 등록일자 : 2017년 4월 17일
Copyright © 2017 뉴스웍스.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soft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