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24 15:51

당장 실익 없어도 '낸드'분야 강화 기회... 中업체 추격 견제도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도시바가 24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에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번 매각 건으로 SK하이닉스가 얻게 될 실익에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날 일본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임시주총를 열고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를 ‘판게아’(Pangea)에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판게아’는 한미일 연합이 설립한 인수목적회사(SPC)다. 이 회사 설립에는 미국 투자사 베인캐피털과 애플, SK하이닉스, 일본 광학기기 제조업체 호야 등이 참여했다. 도시바 메모리의 총 매각 금액은 약 2조엔(20조원)이며 SK하이닉스는 이 중 3950억엔(4조143억원)을 투자한다. 

SK하이닉스가 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도시바 메모리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한다”며 “당장 실익은 없더라도 낸드분야의 강자인 도시바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오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반도체분야의 진입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이번 투자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업계의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면서도 '적군'인 중국업체들을 확실히 따돌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웃고만 있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10년간 의결권의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고 기밀정보에도 접근이 불가하다.  

SK하이닉스가 15%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했다면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한 경쟁사들의 견제가 심했던 데다 한국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일본 내 여론이 크게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반도체 업계 특성상 10년이나 기술 접근이 제한된다면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얻는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5위(10.6%)로 다소 뒤처져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시장의 1‧2위인 삼성전자와 도시바는 각각 38.3%와 16.1%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게 조력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낸드시장의 선두를 노리기엔 역부족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는 별개로 다른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도시바 메모리의 총 인수가격인 20조원과 SK하이닉스의 투자금액인 4조원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거품 낀 가격으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시총이 약 두 배 늘었기 때문에 가격이 거품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는 상장폐지 기준이 되는 2개 분기 연속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내년 3월 말까지 한미일 연합에 반도체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아직 딜 종료까지는 반독점 심사 등의 과정이 남아있다. 한국·중국·일본·미국·유럽연합(EU) 등 경쟁당국의 매각 승인을 얻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중국 측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이번 인수전에서 실패한 WD와의 법적 분쟁도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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