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25 16:38

100년간 이어온 파트너십 깨져…'세이프가드' 판정 영향 줄수도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가전업체 월풀이 미국 대형 백화점인 시어스에서 퇴출됐다. 그간 제품 공급가격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던 양사는 결국 100년간의 협력관계를 깨뜨리게 됐다. 삼성‧LG 등 한국 업체들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제기했던 월풀은 미국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시어스백화점과 K마트 등 미국 최대 유통 체인인 시어스홀딩스는 24일(현지시간) 자사 매장에서 월풀 제품을 퇴출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시어스홀딩스는 시어스백화점과 K마트에서 월풀의 제품을 중단시켰다. 시어스 측은 내부지침을 통해 “월풀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시어스백화점과 K마트에서 메이텍, 키친에이드, 젠-에어 등 월풀 브랜드 제품이 모두 퇴출된다. 다만 월풀이 생산하는 시어스 자체브랜드(PB) 제품인 켄모어는 판매가 유지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시어스는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시장 가전제품의 40%를 유통했을 정도로 미국 최대의 가전 유통업체다. 특히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미국 가전제품 판매시장에서 지난 수 십 년간 판매 1위를 지켜왔다.

이처럼 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시어스 매장에서 쫓겨난 월풀은 향후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지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시어스의 월풀 제품 판매액은 연간 6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 경제뉴스 CNBC는 “시어스가 LG, 삼성, GE 등 다른 브랜드의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청원한 장본인이다. 월풀은 한국산 세탁기들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줄 것을 요구했다. 월풀은 “한국산 세탁기들에 50%의 관세를 매기고 부품에도 같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시어스의 월풀 퇴출 결정이 ITC의 세이프가드 판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았다.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 판매를 막는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월풀에게 세이프가드 판정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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