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10 08:00

시스템반도체 역량부재·中 추격 등 난제 많아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최대 호황기를 맞은 국내 반도체 산업이 1년 째 고공행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다. 현재에 안주하며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불안요소가 많아 지금이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만에 역대 최대 연간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동안 연결기준 38조4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기존 연간 최대 영업이익이었던 2013년 36조7900억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이익은 무려 5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D램사업에서 지난 3분기 제조업에서는 이례적으로 영업이익률 62%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모습은 마치 ‘외줄타기’를 보는 것 같다. 화려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고 있자면 언제 떨어질 지 몰라 불안하다. 그 이유는 첫째,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역량 부재다. 반도체는 크게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로 분류된다. 메모리반도체가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이라면,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전체 반도체 산업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국내 업계는 이중 불과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보다 가격이 휠씬 비싸고 부가가치가 높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분야에 편중돼 있어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투자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스템메모리는 컴퓨터의 CPU, 스마트폰의 AP 등이 대표적이며 미국의 인텔과 퀄컴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자율주행과 IoT, AI 등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메모리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생산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둘째는 중국의 위협이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2026년까지 무려 160조원을 반도체 생산시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은 내년부터 정부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 대규모 양산에 들어가 한국을 무섭게 추격할 전망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당장 실익이 없는데도 도시바메모리에 약 4조원을 투자한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 차단’이라는 해석도 나올 만큼 중국은 무서운 경쟁자다.

셋째, 설비 증설에 따른 반도체 단가 하락이다. 반도체 분야가 ‘슈퍼사이클’을 맞게 된 건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단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량이 많아진다면 제품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제히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결정했는데 증권가는 이에 따른 단가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의 강점은 D램의 가격은 공급에 민감해 공급이 늘어날수록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호황이 아무리 길어봐야 내년 말에는 끝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호황기가 언제 끝날지 안절부절 할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호령하던 LG전자가 급추락하게 된 건 당장의 피처폰 수익에 눈이 멀어 스마트폰 시장을 놓쳤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만큼, 어느 때보다 천리안(千里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