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11 15:46

아이오닉 2배 주행거리에 동력성능도 수준급…1468개 불과한 충전소는 ‘난관’

한국지엠 쉐보레의 전기차 모델 볼트EV.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전기차(EV) 시대가 눈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미 대중화된 하이브리드차(BEV)의 자리를 순수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기차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54만3000대 가량 판매됐고 내년엔 78만8000여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반면 전기차는 30% 이상의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쉐보레의 볼트 EV는 내년 성적이 가장 기대되는 전기차 중 하나다. 볼트EV는 미국 현지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국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만큼 인기차종이다.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생산되는 볼트EV는 물량 문제로 올해 11월까지 국내서 539대 밖에 팔리지 못했지만, 최소 2000대 이상의 물량이 확보되는 내년부터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볼트EV가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1회 충전당 주행가능거리 때문이다. 지난 3월 국내에 출시된 볼트 EV는 1회 충전 시 최대 383km에 이르는 주행거리 덕분에 사전계약만 2000여명이 신청하기도 했다. 

60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볼트EV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 없이 한 번에 갈 수도 있고, 191km에 불과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보다 약 2배나 더 주행할 수 있다. 게다가 판매가 1억원을 가볍게 넘어서는 테슬라 모델S(416km)의 절반도 안 되는 4779만원이지만 최대주행거리는 큰 차이가 없다.

한국지엠 쉐보레의 전기차 모델 볼트EV 실내 모습. <사진제공=한국지엠>

직접 타 본 볼트EV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첨병 역할을 하기 충분해 보였다. 국고 지원금 1400만원(올해 기준)에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2000만원대로 구매가능한데다 가속 성능, 디자인, 최대주행거리 등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굳이 뽑자면 가격대에 비해 싼티나는 내장재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충전 인프라 정도다.

서울 시내 약 50km 가량의 짧은 코스를 주행했지만 볼트 EV의 전반적인 상품성을 파악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동력성능이다. 최고 출력 204마력에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을 확보한 볼트EV는 오르막길을 비롯한 어떤 주행환경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 수치는 245마력에 36.0kg.m인 현대차 쏘나타 뉴라이즈 2.0 터보 모델과 비슷한 성능이다. 특히 전기차 특성상 엑셀 페달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더욱 성능 체감이 컸다. 과장하자면 3000cc급 이상의 고성능 스포츠세단처럼 엑셀을 밟는 즉시 목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곧장 튀어나갔다. 실제로 볼트EV가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불과 7초다.

쉐보레 볼트EV는 4인이 탑승해도 충분할 만큼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전기로만 움직이는 전기차인만큼 엔진소음도 전혀 없다. 이따금씩 들리는 모터소리와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전부였다. 또 볼트EV에 점수를 주고 싶은 점은 넓은 실내 공간이다. 마치 SUV처럼 천장을 높여놨기 때문에 4명이상 승차하더라도 답답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적재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서스펜션도 너무 무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아 밸런스를 잘 유지한 듯 보였다.

또 볼트EV는 미래지향적인 첨단사양들을 가득 넣었다. 크루즈컨트롤, 전방충돌경고장치, 자동 긴급제동시스템, 차선이탈경고‧차선유지보조시스템 등을 적용했고, 특히 자동주차 기능도 도입해 운전자가 전‧후진기어변속과 브레이크 페달만 조작하면 알아서 차량이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쉐보레 볼트 EV의 LCD 메인 클러스터. 내연기관 차에서 보던 RPM 눈금 자리에 주행가능거리와 순간소비전력이 대신 들어찼다. <사진=박경보 기자>

실내 센터페시아 중앙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터치형 디스플레이에는 충전 이후 에너지를 얼마나 썼는지 자세하게 출력된다. 화면을 넘기면 공조장치와 오디오, 블루투스 등도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실내 마감 품질과 디자인은 못내 아쉽다. 보조금은 받더라도 30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차량이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스파크나 크루즈와 다를 것이 없다. 클러스터와 메인 디스플레이에 화려한 LCD를 적용하고 파란 실내무드등을 센터페시아에 둘렀지만 그래도 싼티나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기어 노브도 BMW에서 보던 것과 매우 유사한 디자인이지만 흉내낸 수준일 뿐 고급감은 거리가 멀다. 고가의 전기차인만큼 좀 더 과감한 디자인이나 고급감을 강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쉐보레 볼트 EV의 기어 노브는 BMW와 매우 흡사한 디자인이지만 전체적인 질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사진=박경보 기자>

◆ 총평

볼트EV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11월까지 2만70대나 팔린 이유를 스스로 증명할 상품성을 갖췄다. 굳이 1억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S를 구매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전기차로서의 덕목을 살뜰히 챙겼다. 따라서 볼트EV가 한국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한 관건은 ‘인프라’와 ‘보조금 정책’에 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기준으로 국내 충전소 수는 급속 1468개, 완속 794개 등 2262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만개에 이르는 일본의 5% 수준이다. 또 1400만원이 지원되는 전기차 보조금이 내년 12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도 볼트EV가 헤쳐 나가야할 난관이다. 아직 전기차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볼트EV가 내년 국내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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