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25 08:00

'실용적'이라는 평가엔 수긍하기 어려워

현대자동차의 소형SUV '코나'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차 코나는 소형 SUV 시장의 지각생이지만, 내수 시장 1등을 놓치지 않는 최고 우등생이다. 공부 잘하는 우등생은 외모도 별로고 운동도 못할 것이란 선입견도 코나에겐 맞지 않는다. 겉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게 치장했고, 운동 능력은 오히려 상급생보다 뛰어나다.

코나는 국내에 이미 3년 전부터 형성돼 크게 성장하고 있는 소형 SUV 시장에 올해 여름에서야 뒤늦게 투입됐다. 현대차가 시장 분석에 실패하고 허둥지둥 하는 동안, 쌍용차 티볼리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접수해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시장을 빼앗기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현대차는 부랴부랴 코나를 내놓고 쌍용차를 다시 밑으로 내려 보내는데 성공했다. 코나는 지난 11월 4324대가 판매돼 같은 기간 4298대 팔린 쌍용차 티볼리를 불과 26대 차이로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랐다.

소형 SUV 시장은 국내서 판매되는 세그먼트 중 유일하게 완성차5개사가 모두 라인업을 갖고 있을 만큼 가장 치열한 전쟁터다. 현대차 코나와 쌍용차 티볼리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 가운데, 기아차 스토닉,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6가 3위 자리를 두고 혈전을 펼치고 있다.

직접 시승해 본 코나는 젊은 층의 ‘첫 차’로서 가져야할 덕목을 두루두루 가졌다. 가장 중요한 디자인은 물론 동력성능, 편의사양까지 모두 챙겼다. 옵션을 모두 넣을 경우 약 2600만원대로 올라가는 가격은 단점이지만, 일명 ‘깡통’ 모델은 2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번 시승차는 1.6리터 가솔린 GDi(직분사)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DCT) 미션을 적용해 경쟁차종 중 가장 뛰어난 동력성능을 갖췄다. 여기에 4륜구동 시스템과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해 상품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코나의 측후면부. <사진=박경보 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SUV 다운 시원시원한 시야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 위에서 HUD(헤드업디스플레이)가 자동으로 솟아올라 운전자를 반긴다. 액셀페달을 밟으면 이 차가 터모모델임을 단숨에 알 수 있는 강력한 토크감과 엔진음을 느낄 수 있다. 높은 알피엠에서 내는 카랑카랑한 소리는 듣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지만, 1.6리터급 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차를 몰고 한적한 자유로로 향해 액셀페달을 힘껏 밟아봤더니 DCT 미션 특유의 주행질감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코나의 DCT 미션은 뛰어난 직결감을 바탕으로 재깍재깍 신속하게 기어를 변속했다. DCT는 터보를 품은 엔진과 맞물려 차체의 거동을 매우 가볍게 만들었다. 물론 좋은 느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 할 경우 알피엠만 크게 치솟을 뿐 속도가 나지 않는 경험을 수차례 겪었다.

이번엔 요철이 많은 고양시 인근 국도를 주행해봤다. 중형급 이상에 적용되는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덕분인지 SUV 체급임에도 기대 이상으로 충격을 흡수해냈다. 소형 체급의 한계로 하부소음이나 엔진소음이 다소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소형 SUV답게 실내공간은 아쉽다. 준중형 세단 모델인 아반떼보다 실내 공간이 좁다. 세단보다 높은 차체 때문에 헤드룸은 확보됐지만 전폭과 축거는 실제로 아반떼보다 짧다. 혼자타거나 2인이 탄다면 딱 알맞지만, 4인 이상 탑승할 경우가 많다면 윗 등급의 차종을 알아보는 게 현명해 보인다. 적재공간 역시 2열을 접지 않는다면 대형 캐리어를 싣기도 버거워 보일 정도로 협소했다.

코나의 2열 공간과 트렁크는 '실용성'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어렵다. <사진=박경보 기자>

가장 할 말이 많은 부분은 역시 디자인이다. 외관은 옆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꼭 한번씩 쳐다볼 정도로 개성적이다. 상하 분리형 헤드라이트와 현대 고유의 캐스캐이딩 그릴은 소형 체급을 잊게 만들 만큼 인상적이다. 현대차는 코나의 디자인에 대해 “아이스하키 선수가 튼튼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것처럼 강인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제로 단단하고 짜임새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코나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극명하게 나누는 핵심이기도 하다. 멋지다고 평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못생겼다거나 난해하다며 손을 젓기도 한다. 특히 분리형 데이라이트와 검은색 플라스틱 휠 아치가 가장 큰 이슈다.

강렬한 외관과는 달리 실내는 확실히 아쉽다. 점잖은 기존의 현대차 실내 레이아웃을 그대로 답습한 듯 깔끔하다 못해 허전하다. 서두에 언급했던 ‘모범생’ 이미지 그 자체다. 혼다의 시빅 타입R처럼 화려한 외관과 연관성 있는 실내 디자인이 구현됐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코나의 실내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코나는 약 100km의 거리를 주행하는 동안 10.2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SUV인데다 터보엔진, 사륜구동까지 맞물리면서 소형차치고는 아쉬운 연비다. 하지만 가솔린 모델의 연비가 아쉽다면 디젤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 총평

국내서 인기몰이 중인 코나는 소형 SUV 시장을 리드할 만한 자격을 갖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크게 트집 잡을 만한 단점도 안 보인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이 ‘첫 차’로 구입하는 차라는 점을 고려해 기대치을 낮추면 더욱 그렇다. 파워트레인 성능은 경쟁 차종을 압도하고, 디자인에서도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경쟁차종들의 극적인 상품성 개선이 없는 이상 당분간 소형 SUV 시장의 왕좌는 코나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코나 등 소형SUV 차종들이 ‘실용적’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SUV이긴 한데 험로를 주파하기도 버거운 데다 실내공간도 협소해 레저용으로 쓰기도 애매하다. ‘실용성’이라는 말은 그렇게 안팔린다는 해치백 모델 i30에 더 어울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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