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7.12.26 17:20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세제개편으로 미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이 본국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내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현재 약 2조6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미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중 최대 4000억 달러(약 432조원)가 세제 혜택 효과로 미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미 의회를 통과한 감세안은 미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수익에 대한 과세 부담을 낮췄다. 미 기업들이 본국으로 들여오는 해외 유보금에 대해 세율을 현행 35%에서 8~15.5%까지 대폭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제개편으로 미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이나 해외에 쌓아뒀던 자산을 가져오면 달러 표시 자산 수요가 늘어 달러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는 세제개편이 시행되는 내년에 최소 2000억 달러에서 최대 4000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약 1.1862 달러 수준인 유로화 가치는 내년 1분기 1.10 달러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BOAML은 예상했다.

BNP파리바, RBC캐피탈 등도 모두 내년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조시 W. 부시 행정부가 해외 유보금에 대한 일시적 감세 조치를 시행하자 그 다음해 미 기업들은 약 3120억 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했다. 그 여파로 달러화 가치는 13% 올랐다.

이뿐 아니라 감세가 미국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끌어 올리면 이 역시 달러화 강세 요인이다. 

그러나 달러화 강세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선진국들도 미국을 뒤따라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의 경제 회복에 힘입어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완화 기조를 접고 금리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국가가 금리를 정상화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에게 달러화의 매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내년 초 달러화 강세를 예상했지만 내년 말까지 달러 강세 유지 전망을 제시한 곳은 RBC 한 곳뿐이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