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기자
  • 입력 2018.01.17 13:31

최범수 대표 조직 장악력 등 의문…김한조 전 행장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

김정태(왼쪽)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범수 코리아크레딧뷰로 대표이사,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뉴스웍스=허운연기자]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지난 16일 3명의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하면서 이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과 노조의 반대라는 암초를 딛고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김 회장과 함께 후보군에 포함된 경남고 후배인 최범수 한국크레딧뷰로(KCB) 대표,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의 경력과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정태 3연임 유력… 노조반대 등 걸림돌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의 창립멤버 인데다 재임 기간 중 보여준 주가나 실적 등을 볼 때 연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시각과 노조 반대에 김 회장을 둘러싼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김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먼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객관성,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한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조와 하나금융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김 회장의 CEO 리스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며 3연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도 김 회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더욱 큰 문제는 김 회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의혹이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의 중국 특혜투자,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와 김 회장 아들의 거래관계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검찰조사 등으로 불협화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범수 대표 조직 장악력 의문… 경남고 출신도 부담

최범수 KCB 대표는 ‘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최 대표는 1997년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시작해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자문관, 국민주택 합병추진위원회 간사위원 등을 지냈다. 이후 국민은행 전략기획담당 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 신한아이타스 대표 등을 거쳐 2014년부터 KCB 대표를 맡으며 경영능력을 입증받았다.

돋보이는 것은 1956년생인 최 대표가 김정태 회장(1952년생)의 경남고 후배라는 점이다. 때문에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돕기 위한 ‘도우미’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 만약 선임이 될 경우 특정학교를 챙겼다는 구설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아직까지 화학·물리적 통합이 완벽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출신인 최 대표가 조직을 장악하기란 상당히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한조 전 행장 강력한 복병…통합 적임자로 부상

최종 후보자가 발표된 이후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이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전 행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이 하나은행에 인수된 이후 외환은행장을 맡았고, 통합이후 은행장과 하나금융 부회장 등을 지내면서 그룹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전 외환은행 직원들이 강력한 성원을 보내고 있어 두 은행을 감성적이고 발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적임자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행장은 1982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30년 이상을 외환은행에 몸담은 정통 외환은행맨이다. 입행이후 영업점과 파리지점 과장, 중소기업지원실장, 기업마케팅부장 등 현장과 기획 파트를 오가며 경험을 쌓아 금융의 업무를 두루 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또 PB영업본부장, 기업사업그룹 부행장과 외환캐피탈 사장 등 요직을 거쳐 2014년 외환은행장에 선임돼 경영능력을 입증받았고, 합병 이후에는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지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사정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행장은 영업일선과 경영 등 금융 전반을 두루 거친데다 두 은행 통합이후 상대적으로 마음의 아픔을 겪고 있는 전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을 보담을 수 있는 적임자”라며 “통합 KEB하나은행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유력한 행장 후보로 거론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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